새 정부 은행 예대금리차 공시 도입...실효성 논란 여전

금리인상기 예대금리차 확대세…"정보 제공 통한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해야"
중·저신용자 배제 우려…과도한 정부 개입 따른 시장 자율성 저해 가능성

게티이미지뱅크

 

[세계비즈=오현승 기자] 새 정부가 은행의 과도한 이자수취를 제한하겠다며 예대금리차를 주기적으로 공시하는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이 제도를 향한 실효성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금리인상기 예대금리차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는 점을 개선하자는 취지이지만, 민간회사를 향한 지나친 간섭이 오히려 중·저신용자 소외 현상 등 부작용을 낳을 거라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윤석열 정부는 주요 국정과제 중 하나로 예대금리차 공시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금융소비자보호 차원에서 은행의 과도한 예대금리 격차를 해소해야 한다는 취지다. 이에 더해 가산금리 적정성 및 담합 요소도 따지겠다고 공언했다.

 

 앞서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윤석열 정부 110대 국정과제’에서 전체 은행의 예대금리차를 비교공시하고, 공시주기를 3개월에서 1개월로 단축하겠다고 밝혔다. 지난달부터 금융위원회와 은행권은 태스크포스(TF)팀을 꾸려 제도 도입을 위한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 금리인상기를 맞아 은행 예대금리차는 더욱 확대되고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29일 내놓은 ‘2022년 3월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에 따르면 은행들의 잔액기준 예대금리차는 같은 기간 0.05%포인트 확대된 2.32%포인트를 기록했다. 2019년 3월(2.32%포인트) 이후 3년 만에 가장 예대금리차가 크게 벌어진 것이다. 이는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및 가계대출 규모 축소를 위한 은행들의 대출 가산금리 인상에 따른 측면이 컸다. 다만 신규취급액 기준 예대금리차는 1.81%포인트로 전월(1.76%) 대비 0.05%포인트 축소됐다.

 

 예대금리차 공시제도 도입은 금융서비스 관련 정보 제공을 확대해 금융소비자 보호를 강화한다는 측면에서 긍정적 측면도 있다. 하지만 금융소비자 간에도 예금과 대출 상품을 이용하는 소비자가 같지 않은 데다 금리 산정 체계에 정부가 직접 개입할 경우 오히려 부작용이 나타날 거란 염려가 나온다. 은행으로선 공시되는 예대금리차를 낮추기 위해 상대적으로 대출금리가 낮은 고신용자의 대출 비중을 높이고 대출금리가 높은 중·저신용자를 향한 대출을 소극적으로 취급할 유인도 생기게 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로 빚을 낼 수밖에 없는 중·저신용자가 제도권에서 소외되는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시장 원리를 침해하는 측면도 크다. 현재 은행들은 가계대출 주택담보대출, 일반신용대출, 신용한도대출(마이너스대출) 및 중소기업대출 등에 대해 등급별 금리현황 및 금리구간별 취급비중 등을 은행연합회 등에 공시하고 있다. 여기에 은행의 영업비밀에 해당하는 세부금리까지 공개를 요구하게 될 경우 정부의 과도한 개입 논란이 일 수 있다. 한 금융연구소장은 “은행 간 담합 요소가 있다면 엄벌에 처하되 영업 측면에선 자율적 경쟁을 유도하는 게 업권의 건전한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hs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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