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시장 진단(中)] "공공·도심개발 철회"…민간사업 활성화 조짐에 곳곳 파열음

재산권 침해 논란, 여론 악화… 반대 측 “주민설득 절차 무시”
도심복합사업도 줄소송… 당근책 없으면 이탈 가속화 가능성

공공재개발반대 비상대책위원회 회원들이 지난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인근에서 공공재개발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

[세계비즈=박정환 기자] 문재인 정부가 추진했던 공공재개발, 도심공공주택복합사업 등 관 주도의 공급 사업이 위기에 봉착했다. 재산권 침해 논란 등으로 후보지 주민들의 반대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윤석열 정부가 공공개발의 민간개발 전환을 추진하면서 사업 추진 동력이 현저히 떨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24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정부 주도 공공개발 사업을 둘러싼 지역주민 간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이미 문재인 정부 때부터 현금 청산, 거래 제한 등 재산권 침해 논란이 불거지며 공공개발 사업에 대한 반대 여론이 확산됐다.

 

이런 상황에서 새 정부가 ‘규제 완화’를 통한 공급 확대를 위해 민간사업을 활성화하는 방안을 내놓자 이를 지지하는 주민과 기존의 공공개발을 강행해야 한다는 주민 간 갈등이 고조되는 분위기다.

 

공공재개발을 반대하는 서울 17개, 수도권 4개 등 21개 구역 비상대책위원회는 최근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정부는 공공재개발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공공재개발 진행 과정에 사업지 내 주택 실수유자와 주민들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3080 공공 주도 반대연합회’에는 공공 주도 개발 사업에 반대하는 45개 사업지가 참여하고 있다.

 

최근 열린 집회엔 흑석2, 금호23, 신설1, 홍제동3080 고은산서측, 강북5, 신길1, 신길2, 신길4, 신길15, 양평13, 거여새마을, 흑석10, 영등포역세권, 숭인1169구역, 장위9구역, 가산동구역, 효창공원역구역, 인천시 부평동 굴포천구역, 동암역 구역, 성남시 금광2동구역, 부천시 소사북측구역 등의 비대위가 참여했다.

 

공공개발 반대 측은 해당 사업이 주민 설득과 재산권 보장이라는 ‘기본’을 준수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비대위 관계자는 “공청회 한 번을 제대로 개최하지 않고 주민을 설득하는 합리적 절차도 없이 서면결의로 공공재개발을 강행했다”며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35조에 따르면 조합 설립을 하려면 토지 등 소유자 4분의 3 이상 및 토지면적의 2분의 1 이상 토지소유자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데, 공공재개발은 이런 절차를 무시하고 사유재산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공재개발 사업은 2020년 문재인 정부의 ‘8·4 대책’을 통해 추진된 사업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공공시행자를 맡아 장기간 개발이 정체된 구역을 사업지로 선정,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해 재개발을 앞당기는 방식이다.

 

도심공공주택복합사업도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혀 사업이 정체 상태다.

 

현재 도심복합사업 후보지 76곳 중 41곳이 반대 목소리를 내며 사업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한 소송도 이어지고 있다. 1호 도심복합사업지구로 주목받은 증산4구역과 미아역 동측은 지구지정 철회를 위한 행정소송에 나섰고, 신길4구역·광명8구역 등은 노형욱 전 국토교통부 장관을 직권남용 및 권리행사 방해죄로 고소한 상태다.

 

도심복합사업은 공공 주도로 도심 내 역세권, 준공업지역, 저층 주거지 등을 고밀개발하는 2·4대책의 핵심 사업이다. 현재까지 8차례에 걸쳐 76곳의 후보지(10만가구)가 지정됐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새 정부가 민간 주도의 공급 활성화를 내세운 상황이라 공공개발 사업 전반에 대한 재검토가 불가피하다”며 “주민들이 납득할 만한 인센티브와 재산권 보장 방안을 제시하지 못하면 민간사업으로의 이탈이 가속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pjh121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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