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원 기자]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음료업계에는 ‘제로’ 열풍이 지속되고 있다. 설탕·열량은 물론 부담이 되는 성분은 일단 빼야 소비자의 선택을 받는 분위기다.
특히 헬시플레저 문화가 형성되면서 ‘제로 음료’는 업계의 주요 키워드로 떠올랐다. 소비자들 사이에서 ‘액상과당’이 건강을 해치고 비만을 만드는 원인으로 지목받으면서 설탕을 지우려는 움직임이 생긴 것. 13일 여전히 뜨거운 제로음료 시장을 살펴봤다.

◆설탕·칼로리 빼!… 업계, 인기 음료 ‘제로화’ 중
코로나19 사태 이전만 해도 소비자들은 ‘제로 탄산음료는 맛이 없다’고 생각했다. 운동 마니아나 다이어터, 혈당 수치를 관리해야 하는 사람들 정도가 이를 찾았다.
하지만 최근 음료 시장을 견인하는 것은 제로 탄산음료다. 시작은 콜라와 사이다였다. 지난해초, 2006년부터 코카콜라가 독점해온 제로탄산 시장에 롯데칠성음료가 도전장을 내밀었다. 롯데칠성음료 측은 작년 1월 ‘펩시 제로슈거 라임향’을 시작으로, 같은 달 ‘칠성사이다 제로’까지 내놨다. 코카콜라 사도 이에 맞대응, ‘스프라이트 제로’를 선보였다. 현재도 이들 제품은 시장을 리딩하고 있다.
시장을 대표하는 ‘제로 콜라’를 내놓는 브랜드들은 최근 스타마케팅으로 소비자에게 더 친숙한 이미지로 다가가려는 중이다.

펩시는 최근 아이유를 ‘2022 펩시 파트너’로 선정했다. 아이유는 2022 펩시 프로젝트에 합류,펩시 제로 슈거와 함께 일상에서 느낄 수 있는 짜릿함을 선보일 예정이다.
코카콜라도 싱어송라이터 비비와 ‘더할말제로’ 캠페인을 통해 MZ세대를 겨냥하고 있다. 최근에는 ‘#더할말제로(ZERO)’ 캠페인 TV 광고도 온에어 됐다. 코카콜라 관계자는 “누구나 쉽게 따라 할 수 없는 독특한 매력을 지닌 비비는 코카콜라 제로만의 강력하고 독창적인 정체성과 부합해 모델로 선정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콜라·사이다가 제로탄산 시장의 포문을 열며 시장은 크게 성장했다. 시장조사전문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제로 칼로리 탄산음료 시장 규모는 2016년 903억원에서 지난해 2000억원대로 크게 늘었다. 5년간 약 2배 이상 성장한 셈이다.
이같은 상황에 음료업계는 자사의 인기 제품을 ‘제로화’ 하는 분위기다. 롯데칠성음료는 대표 제품인 ‘밀키스’도 제로 칼로리 제품으로 선보일 준비를 하고 있다.

농심도 최근 ‘웰치 제로 그레이프’와 ‘웰치 제로 오렌지’ 355㎖ 캔 제품을 내놨다. 농심 측은 “기존 웰치 소다의 맛은 살리면서 칼로리는 지웠다”고 말했다. 웅진식품도 과일맛 탄산음료 ‘815피즈 제로’와 ‘티즐 스파클링’을 출시했다.
일화는 최근 온라인 전용 탄산음료 브랜드 ‘부르르 제로콜라 카페인프리’를 선보였다. 설탕은 물론 향미증진제로 들어가는 카페인도 넣지 않아 눈길을 끈다.
업계 관계자는 “칼로리·성분에 민감해지고 건강을 생각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이같은 트렌드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비탄산 음료에도 제로 열풍이 불고 있다. 코카콜라사는 신제품 파워에이드 프로틴을 출시하며 제로슈거·저칼로리를 강조했다. 덕분에 열량에 민감한 스포츠 마니아들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현재 위하준 모델로 시장 확장에 나서는 중이다.
동원F&B에 따르면 지난해 7월 출시한 제로 칼로리 ‘보성홍차 아이스티 제로’의 경우 출시 1년만에 누적 판매량 1500만병을 돌파했다. 당시 보성산 찻잎을 비롯한 원재료 수급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동원F&B 측은 “다양한 라인업의 제로 칼로리 음료를 비롯해 소비자 니즈에 맞는 신제품을 지속적으로 내놓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쟈뎅도 지난 달 과일 블렌딩티 ‘아워티(Our tea)’ 500ml 2종을 기존 80~85칼로리에서 0칼로리로 리뉴얼해 선보였다.
◆저칼로리 음료 경쟁 라운드2, 에너지 드링크
최근 무설탕·저칼로리·제로 음료 경쟁이 펼쳐지는 곳는 에너지드링크 분야로 보인다. 롯데칠성음료는 최근 제로 칼로리 에너지음료 ‘핫식스 더킹 제로’를 출시했다. 과라나추출물, 마카추출액 등은 그대로 담고 샤인머스켓과 리치향을 더했다.

LG생활건강 측도 몬스터에너지도 오리지널의 무설탕 버전 ‘몬스터에너지 제로 슈거’를 선보였다. 회사 측은 “최근 저칼로리 및 무설탕 음료의 수요 증가를 반영했다”며 “몬스터에너지의 강렬한 맛을 그대로 느낄 수 있지만, 당 걱정 없이 한 캔(355㎖) 기준 16kcal로 즐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동서음료가 수입·판매하는 레드불도 지난달 카페인과 당분, 칼로리 등을 낮춘 ‘레드불 슈가프리’로 출사표를 던졌다. 회사 측은 “스위스 알프스 워터를 사용하는 기존 레드불의 기능성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250㎖ 1캔 기준 5㎉로 열량을 대폭 낮췄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출시 시점부터 에너지드링크는 젊은이들에게 여름, 뜨거운 공연, 클럽문화 등과 어우러진 이미지가 강했다”며 “여름 성수기를 앞두고 업계는 에너지 드링크에서도 설탕과 칼로리를 줄이며 마케팅 강화에 나서는 분위기”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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