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0원 뚫은 환율…당분간 변동성 확대 불가피

약 13년 만에 첫 1300만원 돌파
美 긴축 강화·우크라 사태 장기화 등 상방 압력 여전

게티이미지뱅크

 

[세계비즈=오현승 기자] 원·달러 환율이 마침내 심리적 지지선으로 여겨지는 1300원선마저 뚫었다. 지난 2009년 7월 14일 이후 12년 11개월여 만에 처음이다. 인플레이션 압력이 여전한 데다 미국이 강도 높은 긴축에 돌입한 점 등을 고려하면 환율의 상방이 좀 더 열려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4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지난 23일 원·달러 환율은 전거래일 대비 4.50원 오른 1301.8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기획재정부 통화별 환율 조사통계를 보면 월별 원·달러 환율(종가기준)은 지난 2020년 12월 1086.3원에서 지난해 1월 1118.8원을 기록하며 1100원대로 올라선 뒤 같은해 12월 (1188.8원)까지 완만히 오르내리며 12개월 연속 1100원대를 유지했다. 그러던 게 올해 1월 들어 1205.5원을 찍으며 1200원대를 뚫더니 ▲2월 1202.3원 ▲3월 1212.1원 ▲4월 1255.9원 ▲5월 1237.2원을 기록하며 상승세를 키웠고 마침내 1300원마저 넘어섰다.

 

과거 원·달러 환율이 1300원대를 넘어선 건 세 차례 있었다. 지난 1997년 말 외환위기 당시엔 원·달러 환율이 2000원대까지 급등한 후 이듬해까지 한동안 1300원대를 유지했다. 닷컴버블, 카드사태 여파가 극심했던 2001년 3월~2002년 2월 기간엔 원·달러 환율이 한동안 1300원선을 오르내렸다. 지난 2008년 8월엔 글로벌 금융위기의 직격탄으로 원·달러 환율이 1469.0원까지 치솟았고 이에 대한 여파가 이어지던 이듬해 1~3월 월별 환율은 1379.5~1534.0원대를 기록했다.

 

당분간 강달러 현상이 지속할 거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강화 기대가 여전한 데다 제롬 파월 의장이 정책 정상화 과정에서 경기침체가 발생할 수 있다는 발언까지 더해지며 안전자산인 달러 선호 현상이 더욱 심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안영진 SK증권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이 1300원을 돌파한 것은 고달러·고위험·고유가의 조합이 일어났기 때문”이라면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종료 또는 대(對)러 제재 해제, 일본 긴축 전환 및 연준의 긴축 후퇴 조짐이 있기 전에는 달러 강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환율 오름세가 국내 물가를 자극할 우려도 커졌다. 5월 생산자물가지수는 119.24(2015년=100)로 전월 대비 0.5% 상승해 5개월 연속 오름세를 이어갔다. 전년동월 대비로는 9.7% 상승했다. 18개월 연속 오름세다. 생산자물가는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를 끌어올린다는 점에서 당분간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질 거란 분석이 나온다.

 

상황이 이렇자 정부도 구두개입을 통해 시장 안정 노력에 나섰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3일 비상경제장관회에서 “정부는 환율 상승에 따른 시장 불안 등 부정적 영향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필요 시 시장안정 노력을 하겠다”고 말했다.

hs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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