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무조정 대책에 ‘영끌’ '빚투' 탕감 논란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4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2차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뉴시스

 

[세계비즈=주형연 기자] “성실하게 빚을 갚고 있는 사람만 바보인가요.”

 

 정부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저신용자, 청년층 등 취약차주를 위한 각종 금융 지원책을 발표한 이후 ‘형평성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특히 주식·가상자산 등 자산 가격이 큰 폭으로 조정되며 투자 손실 등을 본 저신용 청년들을 위해 마련된 ‘청년 특례 프로그램’을 둘러싼 시민들의 반발이 크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14일 대통령 주재 제2차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열어 청년층의 재기 지원을 위한 채무조정 지원책을 내놓았다.

 

 청년 특례 프로그램의 구체적인 내용은 청년층의 신속한 회생·재기를 위해 이자 감면, 상환유예 등을 지원하는 것으로 신용회복위원회에서 1년간 한시적으로 운영된다. 만 34세 이하 신용평점 하위 20% 이하 청년을 대상으로 채무 정도에 따라 이자를 30∼50% 감면하고 최대 3년간 원금 상환유예를 하면서 해당 기간 이자율을 3.25%로 적용하는 것이 골자다.

 

 그러나 청년 지원책이 ‘영끌’, ‘빚투’로 인한 채무를 탕감해주는 내용이 주를 이루면서 ‘형평성’이 문제가 됐다. 성실히 빚을 갚고 있는 우량채무자들이 상대적인 박탈감을 가지면서 사기가 떨어질 수 있다는 비판이다. 

 

 실제로 이번 정책이 구체화할 경우, 차주들 사이에서 ‘빚을 안 갚고 버티면 탕감받을 수 있다’는 인식이 퍼질 수 있다. 또 청년층들의 경제적 재기를 위해 지원에 국가가 나선 것을 두고도 의견이 엇갈린다. 영끌·빚투족들이 낸 빚을 성실하게 노동한 다른 사회구성원들이 지는 게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논란이 끊이지 않자 금융당국은 두 차례에 걸쳐 설명자료를 내고 해명에 나섰다. 금융위원회는 “청년이 신용불량자, 실업자 등으로 전락하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고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계속할 수 있도록 도와야 궁극적으로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하고 사회 전체의 이익과 후생을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금융위는 “향후 금융권과 협의해 지원대상과 심사기준을 세밀하게 설계·운영해 도덕적 해이를 최소화하고 필요한 보완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윤석열 대통령까지 나서서 “금융 리스크는 비금융 실물 분야보다 확산 속도가 엄청나게 빠르다. 선제적으로 조치하는 것이 국가 자산을 지키는 데 긴요한 일”이라고 수습에 나섰으나 형평성 논란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특히 ‘청년 특례 프로그램’의 혜택을 받는 상당수가 영끌과 빚투, 가상화폐 등 위험자산 투자를 목적으로 발생했다는 점에서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제2차 비상경제 민생회의에서 발표된 ‘금융 부문 민생안정 과제 추진현황 및 계획’ 중 30조원 규모의 ‘새출발기금’도 논란이다. 이 기금은 부실 채권 매입을 통해 채무 조정을 하는 방안인데, 그 과정에서 최대 원금의 60~90%를 감면해주는 파격적인 조치다.

 

 이를 위해 금융당국은 은행권에도 동참을 유도하고 있다. 취약층에 대한 금융 지원을 위해 은행들이 원금을 최대 90%까지 감면하는 ‘새출발기금’과 같은 수준의 채무 조정을 요구하고 있다. 청년·서민·소상공인 등 취약층에 대한 민생안정 금융지원 대책을 효율적으로 실행하기 위해서는 대책이 미치지 못하는 부분을 메워줄 은행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금융위원회는 대출 상환 유예 조치가 종료되는 오는 9월 말까지 상환이 곤란한 취약층 대출자에게 원금 감면 등 채무 조정을 하는 ‘새출발기금’ 신청을 받는 과정에서 이 기금의 지원 대상에서 빠진 대출자들의 경우 은행이 기금과 동등한 수준의 채무 조정 조치를 하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jh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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