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원 기자] 인터넷 신조어로 '먹눕'이라는 단어가 널리 알려져 있다. '먹고 눕는다'의 줄임말로 '현대인의 편안함만을 추구하는 일상생활'을 빗대어 이르는 말이다.
일반적으로 배가 부른 상태에서는 포만감을 느끼게 되고 이로 인한 심리적 만족감은 식곤증으로 이어지기 마련이어서 누워 있고 싶은 욕구가 자연스럽게 생기기 마련이다. 문제는 이러한 생활 습관이 소화기 질환인 역류성식도염을 부추긴다는 데 있다.

윤소희 신통내과의원 원장에 따르면 식도와 위 사이에는 괄약근 유형의 '하부식도괄약근'이라는 조직이 있는데, 이 조직은 섭취한 음식물과 위액 등이 위에서 식도쪽으로 역류하지 않도록 조절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그는 “만약 먹고 눕는 행동이 습관적으로 지속된다면, 식도와 위의 높이가 수평을 이루게 되어 근육의 기능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지적했다.
결국 소화가 채 되지 않은 상태로 위에 남아 있던 음식물과 위액 등이 식도 쪽으로 역류할 수 있는 결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는 것. 심한 경우 하부식도괄약근의 조직기능이 손상되는 현상으로까지 발전할 수 있는데 이는 곧 역류성식도염 발병 기전이 된다고 볼수 있다..
윤 원장에 따르면 식도는 위장 대비 위산 방어 능력이 현저히 낮다. 위액은 음식물을 소화하기 위해 pH 2 이하의 강산성을 나타내는데, 이러한 위액이 식도로 역류하게 되면 식도 조직을 손상시키고 출혈 등의 증상까지 야기할 수 있다.
윤소희 원장은 “만일, 가슴이 수시로 답답하고 쓰라린다거나, 소화가 제대로 되지 않아 속이 답답하거나, 목 내부가 이물질로 막힌 것처럼 느껴지는 등의 증상이 있다면 역류성식도염 발병을 의심해야 한다”며 “만약 역류성식도염의 치료 타이밍을 놓치게 되면 식도의 궤양 증상인 바렛식도로까지 악화될 수도 있는데, 이럴 경우 식도암 발병 가능성이 높아지게 되므로 정밀 검사 및 치료의 타이밍을 놓치지 않도록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럴 경우 고려해볼 수 있는 게 위내시경 검사다. 이는 역류성식도염의 가장 정확한 진단 방법으로 알려져 있다. 검사 후 역류성식도염이라는 진단이 내려졌다면 약물 치료와 함께 식생활 개선 등을 시행한다. 만약 증상이 심할 경우에는 내시경 박리술, 점막 절제술 등의 외과적 수술 치료도 고려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역류성식도염 예방 노력이다. 식도 손상을 막기 위해 식사를 한 뒤 바로 눕는 행동은 최대한 자제해야 하며, 특히 저녁 식사 후 취침을 할 경우에는 최소 2시간 이상이 지난 뒤에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과식을 하지 않는 식습관도 중요하다. 과식할 경우 위 내용물 양이 급격히 늘어나 위산 분비량이 상대적으로 증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카페인 성분은 하부식도괄약근 기능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고지방식은 위산 분비를 과도하게 촉진시킬 뿐만 아니라 음식물의 소화가 잘 이루어지지 않게 하여 위 내용물이 역류되기 쉽게 되므로, 카페인이 지나치게 많이 함유된 음식이나 기름진 음식은 가급적 피하는 것이 좋다. 또한술을 마시게 되면 위액 분비가 늘어나 역류성식도염을 악화시킬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윤소희 원장은 “현대인은 급격한 생활환경변화와 엄청난 정보의 홍수, 직장에서의 스트레스, 과도한 업무량, 잦은 회식과 야식문화 등 건강을 위협하는 수 많은 위험요소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며 “이러한 위험요소들을 모두 피하기는 어려우니 최소한 '먹눕'이라도 자제하는 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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