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정점 찍었다?…금리 인상 속도조절론 솔솔

7월 물가 정점 찍은 뒤 5%대 유지
원달러환율 1300원대 초중반까지 하락
美 연준 금리인상 폭 낮출 거란 전망도

게티이미지뱅크

[세계비즈=오현승 기자] 오는 24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를 앞두고 기준금리 인상 폭이 25bp에 그칠 거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공격적 금리 인상의 근거였던 물가가 어느 정도 정점을 찍었다는 평가가 나오는 데다, 한때 1440원을 넘어섰던 원·달러 환율도 최근 들어 1300원대 초중반에서 안정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한은은 지난달 ‘빅 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50bp 인상)’을 단행한 바 있다.

 

무엇보다도 소비자물가 상승률(전년 동월 대비)이 지난 7월 6.3%로 고점을 찍은 뒤 8월(5.7%), 9월(5.6%), 10월(5.7%)로 오름세가 다소 꺾인 점이 점진적 금리 인상론을 뒷받침한다. 통계청은 지난 2일 “지난 7월이 물가 정점이었을 가능성이 있다”며 “지금까지의 흐름이 앞으로도 유지된다는 걸 전제할 경우 물가 상승률이 6%대로 올라가진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은도 물가가 당분간 높은 수준을 유지하더라도 상승 폭이 더욱 커지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승헌 한은 부총재는 지난 2일 물가상황 점검회의에서 “소비자물가는 내년 1분기까지 5%대의 오름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환율이 다소 진정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도 ‘베이비 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25bp 인상)’ 전망의 근거다. 최근 들어 ‘킹달러’ 현상이 다소 누그러든 영향이다.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의 가치를 뜻하는 달러 인덱스는 지난 9월 한때 116을 넘었다가 최근 들어 106까지 하락했다. 특히 이달 들어 원화의 절상률은 10%에 육박하며 9개 주요 통화 대비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환율이 안정세에 접어들 경우 수입물가 상승에 따른 물가 상승 압력도 낮아질 수 있다.

 

최근 네 차례 연속 75bp씩 금리를 올렸던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다음 달엔 금리 인상 폭을 50bp로 낮출 것으로 예상되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이러한 전망은 인플레이션 압력이 둔화됐다는 판단에 기초를 두고 있다. 실제로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 대비 7.7% 상승하는 데 그쳤다. 이는 시장 전망치(7.9%) 및 9월 CPI 상승률(8.2%)을 밑도는 수치다. 지난 15일 발표된 10월 생산자물가지수(PPI)도 8.0%을 기록하며 시장 전망을 하회했다. 연준이 금리인상 속도 조절에 나서게 되면 한은 역시 이에 보조를 맞출 공산이 크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최근 10월 미국 CPI 둔화 소식에 대해 “단기적으로 분명히 좋은 뉴스다. 하지만 얼마나 오래갈지, 국제시장과 국내시장에 어떤 영향을 줄지를 봐서 (기준금리를) 결정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내년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는 점도 금리 인상 폭이 높지 않을 거란 전망의 근거 중 하나다. 한국개발연구원(KDI)는 최근 ‘2022년 하반기 경제전망’을 통해 내년 경제성장률을 1.8%로 낮춰잡았다. 단기 금융시장 불안감 지속 및 가파른 금리 인상에 따른 주요 경제 주체의 부담 확대 등에 대해 금통위가 마냥 외면하기 어려울 거란 분석도 나온다. 지난달 금통위에서 주상영·신성환 금통위원은 기준금리를 25bp만 올리는 게 바람직하다는 소수의견을 냈다.

hs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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