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비즈=주형연 기자] ‘제2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의 첫 집행을 앞두고 증권업계의 유동성 위기가 완화될 수 있을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일각에선 제2 채안펀드만으로는 자금경색 해결이 어렵다며 안정궤도에 진입하기까진 시간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단기자금시장의 경색을 해소하기 위한 ‘제2 채안펀드’가 24일부터 본격 가동된다. 금융위원회는 금융감독원, 금융협회, 정책금융기관 등과 함께 제2 채안펀드와 건설사 보증 프로젝트파이낸싱(PF)-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매입 프로그램을 추진 중이다. 중소형 증권사의 PF-ABCP을 매입하는 이 펀드는 지난 11일부터 매입신청 접수를 받아 매입심의를 진행했다.
증권사 보증 PF-ABCP는 9개 대형 증권사가 500억원씩 각출한 4500억원을 포함해 PF-ABCP 매각 증권사 후순위 25%(4500억원), 증권사 중순위 25%(4500억원), KDB산업은행 선순위(4500억원), 증권금융 선순위 25%(4500억원) 등 총 1조8000억원을 지원한다. A2 등급 이상의 PF-ABCP를 우선 매입하지만 시장 상황에 따라 일부 A1 등급 PF-ABCP까지 소화한다.
신청 대상인 중소형 증권사는 SK증권(A2+)·이베스트투자증권(A2+)·유진투자증권(A2+)·부국증권(A2+)·한양증권(A2)·다올투자증권(A2)·케이프투자증권(A2-) 등 7개사다. 각 2000억원을 한도로 지원 신청이 가능하다.
금융당국은 추후 유동성 부족으로 차환에 어려움을 겪는 일부 A1 등급 PF-ABCP까지 매입을 확대할 예정이다. 건설사 보증 PF-ABCP 매입 프로그램도 건설사와 매입 수요를 타진해 이후 신청접수·심사·매입 등 후속 조치를 진행할 방침이다.
건설사 보증 PF-ABCP는 산업은행·신용보증기금의 CP 매입 프로그램(A2 대상)을 활용해 ‘1조원+α’ 규모로 지원한다. 산은이 별도 SPC를 설립해 건설사 보증 PF-ABCP를 매입하며 신보는 매입 금액의 80%를 보증한다.
이에 신청 증권사 및 증권업계에선 PF-ABCP 매입 프로그램이 유동성 위기 완화에 도움을 줄 것으로 평가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현재 7개 증권사 중 5개사가 자금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안다. 대부분 증권사들이 300~500억원대 규모로 신청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올 연말까지는 시장의 안정화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유동성 위기 해소가 본격화되기까진 상당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관측했다. 시장의 자금경색 상황이 예상보다 심각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김지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당국의 각종 조치들이 나름 신속하지만 이번 조치만으로 금리가 안정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내다봤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크레딧 채권시장이 이미 통상적인 금리 상승이나 스프레드 확대를 넘어 ‘경색’ 단계에 진입했던 만큼 단기간에 정상적인 수준으로의 복귀는 순탄치 않아 보인다”며 “크레딧 안정은 국채 등 채권시장 내 안전자산이 먼저 안정궤도에 진입하고 상당 시간이 소요된 이후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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