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비즈=이주희 기자] 저출산, 고령화로 성장성 한계에 부딪힌 보험사들이 스타트업에 투자하며 생존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헬스케어와 반려동물(펫), 모빌리티 등 보험업 유관 스타트업을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이들과 신규 서비스를 론칭하며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현대해상은 지난 2021년부터 현재까지 보험업 유관 스타트업 13개사에 약 100억원 이상을 직접 투자했다. 이는 스타트업과 동반 성장을 추구하는 전략적 투자로 재무적 이익, 상품개발, 신규 서비스 론칭 등을 통해 본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현대해상이 투자한 마이크로모빌리티 공유 스타트업 ‘디어코퍼레이션’은 설립 2년 만에 매출이 100배 이상 성장하며 2021년 매출 200억과 순이익을 동시에 달성하는 성과를 거뒀다. 또 시니어 라이프 케어 플랫폼 ‘케어닥’에 후속투자를 나서며 시니어 산업 내 협업 보폭을 넓혀가고 있다.
현대해상 관계자는 “미래 성장 기반을 더욱 공고히 하고자 최근 디지털전략본부 내 ‘신성장파트’를 신설했다”며 “향후 어려운 시장 환경 속에서도 미래 먹거리 투자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2019년 약 900억원 규모의 전략 펀드를 조성해 인슈어테크 유망 스타트업에 투자했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계열사인 삼성벤처투자가 운용하는 신기업주도형 벤처캐피탈펀드(CVC)에 각각 500억원, 400억원을 출자했다.
인슈어테크는 보험과 기술의 합성어로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인공지능, 블록체인 등의 기술을 활용해 보험산업을 혁신하는 서비스다.
삼성화재가 기존 CVC펀드에서 투자한 스타트업은 총 11개사로,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를 중심으로 사업 협력을 진행해왔다. 지난해 말 출자금이 소진돼 올 3월 추가로 580억원 규모의 CVC펀드를 신규 조성했다. 4월에는 18개 주요 질환에 대해 개인별 질병 발병율, 기대수명 등을 제공하는 질병예측 솔루션 개발사 ‘온택트 헬스’에 전략 투자를 진행했다. 추후 디지털 건강관리 플랫폼 ‘애니핏’에 해당 솔루션을 탑재해 고객들에게 제공할 예정이다.
삼성화재는 CVC펀드를 통해 전략투자한 스타트업과 앞으로도 사업협력 범위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상호 시너지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교보생명의 경우 2020년 파일럿으로 선보였던 ‘교보 사내벤처제도’를 올해 본격화했다. 교보 사내벤처제도는 임직원의 아이디어를 발굴·개발해 신사업 추진을 강화하기 위한 것으로 모든 임직원이 주체가 되도록 디지털 인재를 양성하라는 신창재 회장의 의지가 반영됐다.
이 외에도 교보생명은 방문요양 서비스 스타트업 ‘케어링’과 간병인 매칭 서비스 스타트업 ‘유니메오’와 전략적 업무협약을 맺고 자사 앱에서 요양·간병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DB손해보험은 2020년부터 한국인터넷진흥원(KISA)과 함께 인슈어테크 스타트업을 육성·지원하고 있다. DB손해보험은 인슈어테크 스타트업 육성프로그램을 통해 대상 스타트업의 사업계획 코칭, 보험 비즈니스 멘토링, IR 피칭 교육 등을 진행한다. 해당 프로그램에 선정된 스타트업의 사업 모델이 실질적으로 보험에 접목할 수 있도록 보험 비즈니스를 멘토링해 스타트업의 사업성장을 도와준다.
2021년부터는 구체적인 비즈니스 성과가 나오기 시작해 신상품을 개발, 새로운 사업영역을 개척했고, 업무 적용 가능성이 높은 신기술을 발굴했다고 DB손보는 설명했다. 작년까지 3기가 모집됐으며 지난해 9월에는 이들의 사업성과와 핀테크기술지원센터에서 지원한 스타트업의 사업 성장 내용을 국내 투자자에게 공유해 투자 유치를 위한 ‘비욘드 핀테크 데모데이’를 개최했다.
DB손해보험 관계자는 “올해는 불만사항(pain point) 해결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인슈어테크 기업 위주로 선정했고 현업부서에서 멘토를 중심으로 빠른 협업을 추진해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며 “앞으로 보험 비즈니스를 영위하는 스타트업의 성장을 위한 인슈어테크 허브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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