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VB 사태’에 美 긴축 기류 급변…금리 동결론 힘 실리나

다음주 FOMC 서 빅 스텝 없을 듯
"SVB사태로 과도한 긴축 우려 낮아져"

게티이미지뱅크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행보에 급제동이 걸렸다. 약 1년 새 450bp나 급등한 정책금리가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폐쇄 사태로 이어졌다는 판단 때문이다. 당초 이달 연방공개시장공개위원회(FOMC)에서 ‘빅 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50bp 인상)’을 단행할 거란 분석이 우세했다. 하지만 금융권 전반의 리스크 전이 가능성을 우려해 금리 동결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미 연준은 오는 21~22일 열리는 FOMC에서 금리 인상 수준을 결정한다. 최근까지만 해도 탄탄한 고용지표, 고공행진 중인 소비자물가 등을 근거로 3월 FOMC에서 최대 50bp까지 금리를 높일 거라는 분석이 많았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도 지난 7일 상원 청문회에 출석해 “최근 경제지표가 예상보다 강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최종적인 금리 수준이 이전 전망보다 높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연준의 추가 긴축 기류가 한풀 꺾였다는 분석이 급부상하는 모습이다. 그간 매파적 통화정책이 SVB의 파산의 원인으로 지목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가파른 금리인상이 SVB가 주로 보유한 미국 장기국채의 손실을 초래했고, 이는 뱅크런으로 이어졌다는 게 시장의 진단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연준으로선 금융시장 리스크 확산이란 돌발 이슈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골드만삭스는 연준이 3월 FOMC서 금리를 동결할 거라는 관측까지 내놨다. 실제로 이날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3월 FOMC가 25bp 금리를 올릴 가능성은 62.0% 수준이다. 금리동결을 점치는 이들의 비중도 38.0%까지 올랐다. 지난 13일(현지 시간) 미국 국채시장에서연준의 통화정책에 민감한 미 국채 2년물 금리는 하루 사이에 53bp 급락한 4.053%로 마감했다. 지난 1987년 이후 하루 최대 낙폭이다.

 

 시장에선 이번 사태로 연준의 긴축 기조가 한풀 꺾일 수 있다고 본다. 문남중 대신증권 연구위원은 “연방예금보험공사(FDIC)의 신속한 파산관재인 역할 수행과 백악관의 금융당국에 대한 신뢰 강조를 감안하면 SVB사태가 금융시스템 전반으로 파급될 가능성은 제한적일 것”이라면서 “SVB사태는 이달 이후 연준의 통화정책 기조가 더 매파적(금리 인상 선호)으로 바뀌지 않게 하는 구심점 역할을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준우 KB증권 연구위원도 “이번 사태는 금리 상승과 장부가 평가가 유발하는 리스크를 종합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면서 “3월 FOMC의 빅 스텝 및 최종금리 6%대 도달 등 과도한 긴축 우려는 낮아졌다”고 진단했다.

 

오현승 기자 hs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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