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용협동조합(신협)은 단지 돈을 맡기고 빌리기만 하는 금융회사가 아니다. 법률에서 규정하듯 신협은 조합원의 경제적·사회적 지위를 향상시키고 지역민의 금융편의를 높이는 임무도 동시에 띠고 있다. 이 같은 신협 본연의 가치를 실천하는 데에 한 평생을 바친 인물이 있다. 최해용 김포한강신협 이사장(58)이 그 주인공이다.
경기 김포시 대곶면 출신으로, 지역 내에서 초·중·고등학교를 나온 그는 1988년 서강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후 신용보증기금과 한일투자신탁에서 약 8년간 경력을 쌓았다. 이후 1996년 김포한강신협에 입사했고 2013년부터 전무를 역임하다 지난해 3월말 이사장에 취임했다. 최 이사장은 학창시절 자신의 고향에 소재한 김포한강신협으로부터 장학금을 받으며 학업을 이어갔는데, 당시 장학생이 30여년만에 이사장으로서 신협 조합을 이끌게 된 점도 흥미로운 대목이다.
그는 건전한 자산운용이란 단단한 토대 위에 장학사업, 교육사업 및 소외계층 지원 등 청소년과 어려운 이웃을 대상으로 신협이 적극적인 활동을 펼쳐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러면서도 금융당국 등을 향해서 규제 수준이 과도해 취약계층을 향한 금융지원이 제한되는 역설적인 상황이라며 쓴소리도 서슴지 않는다.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는 3일 최 이사장을 만나 신협인으로서의 그의 인생과 김포한강신협의 경영방침 및 신협 발전을 위한 제도개선 방안 등에 대해 들어봤다.
◆청소년 위한 장학사업·경제교실…주차장 건립해 지역 활성화 도모
최 이사장과 김포한강신협의 인연은 3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고등학교를 다니던 시절 김포한강신협이 운영하는 장학 프로그램에 선발된 학생이었다. 김포한강신협은 1976년부터 지금까지 지역 학생들을 대상으로 장학사업을 지속하고 있는데, 그간 지급한 장학금만 10억원이 넘는다. 700명이 넘는 장학생이 김포한강신협의 장학프로그램을 통해 배출됐다. 최 이사장도 그 중 한 명이다.
“학창시절 넉넉지 않은 가정 형편에도 신협으로부터 받은 장학금이 학업을 이어가는 데 큰 도움이 됐습니다. 신협 장학생 출신으로서 자연스레 경제적 약자를 도와야 한다는 걸 평생의 소임으로 여기게 된 거죠. 신협이 어린 시절 저를 키운 것처럼 저도 금융분야에서 경험을 쌓아 신협을 통해 지역사회에 환원하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됐습니다. 특히 장학사업은 청소년들의 성장을 도울 수 있다는 점에서 무척 유익한 프로그램입니다. 장학사업을 활성화하고자 오는 2026년엔 5억원 규모의 장학재단을 설립할 계획입니다.”
신협 조합원과 지역사회를 위한 활동은 이뿐만이 아니다. 김포한강신협은 여름방학 땐 청소년을 대상으로 자체 금융경제교실을 운영한다. 금융사기 등을 예방하려면 청소년들을 상대로 한 조기 금융교육이 필수적이라는 판단에서다. 이 과정을 우수한 성적으로 이수한 학생에겐 별도의 장학금도 지급한다. 업계 최초로 금융경제교육예금 상품도 출시해 우대금리도 준다. 이 밖에 교육기회 확대 차원에서 취약계층 자녀를 대상으로 원어민영어교실도 운영한다.
지역 내 상권 활성화를 위해 2018년엔 본점 옆에 대형 주차장과 택시 승차장도 건립했다. 김포한강신협이 직접 비용을 댔다. 야간엔 주차장을 무료로 개방해 주차난을 겪는 지역민들에게 주차편의를 제공하기도 한다. 주차장 운영을 통해선 주차 할인 및 야간 무료주차 금액을 합해 매년 약 1억원에 가까운 감면 혜택을 주변 상인들과 지역주민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이 밖에 노래교실, 산악회 등 다양한 형태의 취미활동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지역민들과 유대를 강화하고 있는 점도 김포한강신협의 주요 활동 중 하나다.

이러한 활동은 신규 신협 조합원 유입을 늘려 ‘선한 영향력’을 확산하는 데에 도움이 된다는 게 최 이사장의 판단이다. 그는 “최근 젊은 세대가 신협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는 점이 아쉽다. 그렇다 하더라도 과거 신협에서 진행한 활동에 참여한 경험이 있는 이들은 비교적 신협의 활동에 대한 높은 관심도를 보이는 경향을 보였다”면서 “개별 조합만의 활동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한 만큼 신협중앙회가 나서서 신규 조합원 유입을 위한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발굴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취임 1년, 조합원 혜택 늘려”…건전성 관리 위해 보수적 운용 기조 지속
그는 이사장 취임 후 1년 간 수익성을 개선해 조합원들에게 돌아갈 혜택을 늘리는 데에 역점을 두며 경영활동을 펼쳐왔다고 자평했다. 수익성 개선은 주로 비용절감을 비롯해 공제·임대료·주차요금·상품권 판매 수익 등 비이자수익을 통해 이뤄졌다. 이를 통해 김포한강신협의 출자금 배당은 연 4%대로 상승했고, 창립 후 첫 이용고 배당을 실시해 0.5%포인트의 배당금도 추가로 지급했다.
오는 2025년까지 자산 규모를 2000억원, 2030년까지 3000억원으로 키우겠다는 목표도 밝혔다. 탄탄한 성장을 이어가려면 어느 정도의 규모의 경제를 갖춰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1968년 설립된 김포한강신협은 현재 본점과 세 곳의 지점을 보유 중으로 자산 규모과 조합원 수는 각각 1600억원, 1만명 수준이다.
하지만 무분별한 몸집 확대는 최 이사장의 경영방침과는 거리가 멀다. 자산 규모가 3000억원이 넘어가면 늘어난 수신을 굴리기 위한 여신 취급 과정에서 부실 우려가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는 조합 운영의 투명성과 자산 운용의 건전성을 유독 강조하는 인물이다. 지난해 전체 신협 조합의 연체율은 2%를 넘어섰는데 김포한강신협의 연체율은 0%대에 그친다. 김포한강신협은 창립 이래 55년간 단 한 번도 적자를 내지 않은 조합이기도 하다.
최 이사장은 “최근 문제되고 있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이나 브릿지론, 미분양아파트 등엔 대출을 일절 실행하지 않는다”면서 “높아진 대출금리, 경기 둔화 우려 확산 등으로 향후 소액 담보대출, 보증부 신용대출 등 서민형·생활밀착형대출의 연체율이 다소 상승하더라도, 건전성이 우려될 정도로 채권이 부실화될 가능성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은행 대비 자산 규모가 작은 신협으로선 그 어느 때보다 자산운용의 어려움이 커진 상황”이라면서 “지금은 수익성 극대화보다 자산을 안전하게 운용하는 게 최우선 과제인 만큼 앞으로도 보수적으로 자산을 운용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오현승 기자 hso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