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또 잘하네.”
영화 ‘밀수’ 속 박정민을 보고난 후 관계자들 입에서 튀어나온 이야기다.
데뷔작 ‘파수꾼’을 시작으로 ‘동주’, ‘그것만이 내 세상’, ‘사바하’, ‘시동’,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등 탄탄한 필모그래피를 구축하며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배우 박정민. 겹치는 캐릭터 하나 없이 매번 놀라운 연기력으로 스크린을 잡아먹은 그가 26일 개봉한 밀수(류승완 감독)로 또 한 번 놀라운 변신을 선보인다.
영화는 바다에 던져진 생필품을 건지며 생계를 이어가던 사람들 앞에 일생일대의 큰 판이 벌어지는 해양범죄극이다. 박정민이 맡은 장도리는 카리스마 있는 춘자와 진숙 사이에서 큰 소리 한 번 내지 못했던 순박한 막내에서, 밀수판에 공백이 생기자 인생을 바꿔보겠다는 야망을 갖게 되는 인물. 뻔해 보이는 인물을 펀(Fun)하게 만드는 박정민의 마법이 또 한 번 통했다.
최근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와 만난 박정민은 “눈 앞에 이익만 쫓고 사는 인물이라 봤다. 주변의 어떤 훈육도 없이 떠돌이 생활을 하다가 정체성이 확립되기 전 자라버린 어른이라고 생각하고 연기했다. 그때그때 살아남을 방법을 찾아간 사람이라 연기할 때도 상황에 맞춰 선택이나 말투를 많이 고민했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장도리는 전형적인 악역과 다르다. 그저 ‘나쁜 놈’으로 보일 수 있는 장도리는 박정민을 만나 ‘나쁜데 어딘가 귀엽고 짠한 놈’으로 표현됐다.


박정민은 “‘변하기 전의 모습을 완전히 버리진 말자’고 생각했다. 자꾸 어긋난 선택을 하며 자연스럽게 나빠져버린 사람으로 만들었다”며 “머리가 좋진 않은데 지질함도 있는 인물이다. 바보 같은 애가 사리사욕에 심취해 나쁜 선택을 하다 보니 보는 사람들이 더 열받는 상황이 만들어진 거 같다”고 설명한다.
캐릭터 해석에 대한 관객과 평단의 호평이 끊이지 않는다. 김혜수 역시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에 “(박)정민 씨 영화 중에 밀수가 제일 좋다. 이 배우의 진짜 힘과 스타성까지 느껴진다”고 극찬한 바 있다.
박정민은 “70%가 시나리오에 있었고 29%는 감독님이, 잘 찾아보면 제가 만든 게 1% 정도 있다”며 겸손한 답을 내놓는다.
두 번의 큰 액션신도 장도리의 성격을 설명하는 장면 중 하나다. 롱테이크 액션신에서는 관객이 실제 장도리의 싸움을 옆에서 보는 듯한 생동감이 가득하다. 그는 “그 장면은 이틀에 걸쳐 찍었다. 미리 액션스쿨에서 합을 짜서 온 게 아니었다. 상황에 맞춰서 몸을 움직여야 하는 장면이었다”고 언급했다.
이어 “무서웠다. 너무 많은 남자들이 서로 몸을 섞으며 싸우는데 창문도 막 깨지고. 또 내가 나이를 먹었나 싶을 정도로 체력적으로 힘들었던 장면이다”라고 너스레를 떤다.

밀수왕 권 상사 역의 조인성과 맞붙은 호텔 액션신에 대해서는 “인성이 형의 얼굴은 현장에서도 믿기지 않는다는 반응들이었다”고 말해 현장의 웃음을 자아냈다. 영화는 장도리와 싸우러 나가는 권 상사의 얼굴을 두 번에 거쳐 슬로우 모션으로 잡는다. 실제 여성관객의 탄성이 터져나온 장면이기도.
박정민은 “호텔 액션신은 대본에서 처음 봤을 때부터 좋아했던 장면이다. 액션신에 맞춰 산울림의 노래 ’내 마음의 주단을 깔고’가 배경음악으로 나온다”며 “리드미컬하고 세련된 반주가 나오는데 듣는 순간 흥분이 되더라. 다 같이 심장이 뛰는 장면이었으면 좋겠단 생각을 했는데, 배경음악 덕분에 더 몸을 잘 움직일 수 있었다”라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박정민은 배우 뿐만 아니라 작가이자 출판사 대표, 감독으로서 다양한 경험을 쌓아가고 있다.
그는 “일을 진행하다 보면 저에게 가르쳐 주는 것이 하나라도 있다. 이 가르침이 언젠가 뒤 돌아봤을 때 틀린 것 일수도 있지만, 그것 역시 괜찮다. 재밌다”면서 “언제까지 배우를 할 수 있을지 모르고 어떤 일을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데 이런 다양한 경험이 쌓이는 게 좋다. 거기서 얻는 재미, 영감, 가르침이 쌓여서 저라는 사람이 되는 거 같다”라면서 웃는다.
이런 경험이 쌓이고 쌓여 ‘또 잘할’ 박정민의 차기작이 벌써부터 기대된다.
최정아 기자 cccjjjaaa@sportsworld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