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美의 반도체 디리스킹(de-risking) 전략과 우리기업의 기회

최영미 하나은행 영업1부PB센터 부장.

 지난해 9월 미국의 대중정책을 총괄하는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은 연설을 통해 “과학과 기술이 21세기 지정학적 판세를 결정한다”면서 첨단 컴퓨팅 반도체, 바이오, 청정 차세대 에너지를 핵심 선도기술로 지목하고 이들 분야의 리더십은 국가안보를 위해 절대적이라고 역설했다.

 

 과거 미국은 배제 및 고립정책(de-coupling)을 통해 소련의 붕괴를 유도해 체재전쟁에서 승리한 경험이 있다. 그러나 이미 글로벌시장에 깊숙하게 들어온 중국을 세계 교역망에서 완전히 배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판단하에 중국 관련 리스크를 관리(de-risking·)하는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에 돌입했다.

 

 특히 반도체의 경우 수출·투자·금융 제재로 중국의 첨단 반도체 생산에 대해 제동을 걸었다. 우방국인 우리나라와 대만, 일본과 협력(CHIP4 결성제안)해 반도체 공급망을 견고히 하면서, 반도체지원법 제정과 보조금 지급 등으로 미국 내 반도체 생산 기반을 재건하고 첨단 반도체 생산 역량을 강화했다. 이로써 그동안 상대적으로 취약한 자국 내 생산 기반을 확충해 반도체 전 공정에 대한 주도권을 되찾을 플랜을 세웠다.

 

 바이든은 지난 9일 중국 첨단 기술 분야에 대한 투자를 제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고, 이 명령이 실행될 경우 미국의 사모펀드와 벤처캐피탈 투자자들은 반도체·AI·양자컴퓨팅 등 첨단 기술 중국 기업에 투자하려면 정부에 보고하고 허가를 받아야 한다. 미 상원과 상무부 또한 투자제한 및 생산 및 제조장비의 수출까지도 금지하는 법을 제정해 중국의 하이테크 분야 침투를 원천 봉쇄하겠다는 워싱턴의 강력한 의지를 보여줬다.

 

 미국의 제재로 반도체 자립화에 차질이 불가피한 중국은 7나노 이상 위주의 중저가형 반도체 제조공장의 확충을 추진하고 화합물 및 전력용 반도체의 생산능력 기반을 확보 중이다. 다만 낮은 반도체 자급률과 제조장비 부문에서의 높은 해외 의존도 등을 감안할 때 반도체 자립에 난항이 예상된다.

 

  2020년 기준 반도체 제조역량은 중국이 글로벌 15%의 점유율로 미국(12%)을 상회하고 있다. 하지만 반도체 분야별 부가가치 비중을 보면 설계·장비 부문의 높은 시장 비중으로 미국이 약 39%의 부가가치를 차지하고 있고, 중국은 6%에 불과하다. 특히나 미국과 우방인 우리나라·일본·대만·유럽의 반도체 부가가치의 합이 92%임을 감안하면, 서방의 지원 없이는 중국의 반도체 자립화는 거의 불가능한 미션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중국에 수출하는 주력 품목이 반도체라는 점에서 글로벌 공급망 재편, 교역환경 변화에 따른 리스크가 높은 상황이다. 희토류 등 원자재에 대한 전략자산화 문제에서도 산업에 부정적이나, 미국 동맹에 편승할 경우 중장기적으로 중국을 대신할 수 있는 경쟁력 있는 생산기지라는 점에서 시장을 확대하고 기술력을 강화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향후에도 미국의 디리스킹(de-risking·위험관리) 전략은 정권과 관계없이 계속될 전망이며, 중국 또한 반도체 국산화를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어 이와 관련된 우리 기업의 리스크 관리가 꼭 필요한 시점이다.

 

 일본의 경우 2003년 사스 팬데믹 이후 ‘차이나+1전략’을 추진하며 중국 편중으로 인한 리스크 관리를 이미 시작했다. 2010년 희토류 수출 중단 사태 이후 본격적으로 경제와 안보 관계 사이에서 균형을 잡기 위해 노력했다. 즉 중국의 생산 이점은 활용하되, 중국 시장 의존도를 상쇄하기 위해 동남아시아에 분산투자를 이행했다.

 

 일본의 대표기업인 미쓰비시전기, 히타치 등을 비롯한 40~50개 기업은 중국발 지정학적 리스크가 기업의 글로벌 공급망에 미칠 영향에 대해 분석하는 ‘경제안보부서’를 설치 운영 중이다.

 

 우리나라도 이처럼 20년 전부터 중국 관련 리스크를 관리해 온 일본의 사례를 참고해, 글로벌 기술패권 전쟁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며 지속적인 성장 동력을 갖춰나가도록 기업의 투자를 활성화하고, 미국의 디리스킹 전략을 우리의 새로운 경제 도약의 기회로 삼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산업을 비롯한 테크기업은 경기를 주도하는 동시에 민감한 산업이나, 최근 CPI하락에 따라 하반기 경기침체 가능성이 하락한 상황에서 반도체 산업은 향후에도 회복과 성장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장기적인 큰 흐름에서 G2 및 글로벌체인의 변화에 따른 우리나라 기술주의 성장 흐름은 놓치지 말아야 할 좋은 투자기회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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