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쿠팡에서 카카오가 보인다

 쿠팡이 OTT에 이어 엔터테이먼트 자회사까지 설립했다. 카카오가 쏘아올렸던 플랫폼기업의 문어발 확장 논란에 불씨를 지피는 모양새다.

 최근 쿠팡은 엔터테이먼트 자회사 씨피엔터테이먼트를 설립하면서 SNL코리아 시리즈의 핵심인 신동엽과 전속 계약을 맺었다. 최종욱 씨피엔터테인먼트 대표는 “소속 아티스트가 작품 활동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최고의 환경을 제공하겠다”고 설명했다.

 최 대표는 신 씨와 17년간 함께 일했던 업계 베테랑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엔터테인먼트 업계는 쿠팡이 본격적인 콘텐츠 제작에 뛰어들며 제작과 유통망을 독점할 수도 있는 상황에 대해 우려하는 분위기다. 실제로 씨피엔터테이먼트 법인등기를 보면 매니지먼트 영역 이외 콘텐츠 제작, 배급, 상영, 판매 등 업무도 포함되어 있는 상태다.

 미국계기업이라 볼 수 있는 쿠팡플레이는 최근 토종 OTT 선두주자인 티빙을 제치는 성장세를 보여 업계의 주목받고 있다. (7월 월간 MAU(월간 순수 이용자 수)는 넷플릭스-쿠팡플레이-티빙-웨이브 순) 국내 토종 OTT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 넷플릭스와 쿠팡플레이등 해외 OTT의 독주가 예상되는 상황이다.  아직 토종 OTT티빙과. MAU를 비교했을때 쿠팡플레이가 근소한 차이로 앞서고 있지만, 쿠팡플레이가 쿠팡의 자본력을 앞세워 씨피엔터테이먼트를 통한 콘텐츠 제작에 박차를 가하면서 그 격차가 더 커질 수도 있다. 이는 K컬쳐 중흥을 외치는 현 정부에서 바라보기에 불편한 구도다. 

 쿠팡플레이의 약진은 벌써부터 많은 논란을 불러왔다. 특히 영화∙드라마 업계 종사자들은 홀드백(극장 개봉 이후 온라인 공개까지 기간) 이슈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쿠팡플레이가 한산, 존윅4 등을 로켓처럼 빠르게 서비스하는 모습에 영화계는 긴장했다. 아예 상영작을 스트리밍 하는 서비스 출시가 알려지자 우려는 더 커졌다.

 과거 넷플릭스가 오리지널 영화를 극장에서 공개하려고 했을 때 극장들이 거세게 반발했던 사례가 생각난다. 당시 CGV와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멀티플렉스 3사는 넷플릭스가 2017년 봉준호 감독의 ‘옥자’를 극장과 동시 공개하려 했을 때 홀드백이 보장되지 않았다며 극장 상영을 거부했다. 홀드백과 관련된 법안 제정 움직임도 감지된다. 

 쿠팡이 쇼핑에 이어 음식배달, OTT, 엔터테이먼트 까지 소위 트래픽이 몰리는 곳이라면 어디든 진출하는 문어발 확장 전술을 펼치는 것은 어디서 많이 봤던 그림이다. 과거 카카오도 카카오엔터테이먼트를 비롯해 미용실, 퀵서비스 등 생활과 밀접한 서비스에 문어발처럼 사업 영역을 넓히면서 지난해에 국감에서 이슈가 됐던 사례가 있다. 카카오는 소비자의 후생 증진을 내세웠지만 해당 산업군 종사자와 사회적 합의에 소홀했던 부분이 있어 지탄을 받았다. 그 이후 카카오가 어떤 상황에 놓이게 됐는지 쿠팡의 의사 결정권자들은 복기해 볼 필요가 있다. 

 다양한 서비스를 하나로 묶는 것은 일종의 ‘연환계’다. 삼국지에 나오는 조조의 연환계는 강력하지만 리스크 역시 비례해 커지는 것을 보여줬다. 끝단에 불이 붙으면 본진까지 다 태워 먹는다. 

 아침 저녁 서늘한 바람이 불고 있다. 국감이 코 앞이다.

 

 전경우 연예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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