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펫산업에 더욱 진중하게 접근해야 하는 이유

 최근 지인에게 안부를 전한 적이 있다. 그러자 잠시 후 한 장의 사진이 모바일 메신저로 날아왔다. 강아지와 함께 수영장에서 물놀이를 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순간 ‘이런 곳이 있었나∼’라는 생각이 들어 검색을 해보니 반려동물과 함께 할 수 있는 경기도 북부의 한 수영장이었다. 자세히 물어보니 수년전부터 이런 곳이 대유행하고 있다고 웃었다.

 

 2023년의 대한민국이 반려동물을 대하는 태도는 과거와 다르다. ‘한 나라의 위대함은 동물을 다루는 태도로 판단할 수 있다’고 표현한 마하트마 간디가 봐도 고개를 끄덕일 것 같다. 이젠 단순한 개인의 문제를 넘어 사회적 합의로까지 넘어간 단계로 느껴진다. 정부까지 나서 펫산업을 장려하는 정책을 내놓고 있다. 그런데 분명히 해두고 싶은 점이 있다. 생명을 다루는 분야인만큼 그 이면의 부작용을 철저하게 대비해야한다는 것이다. 인간은 돈 앞에서 정의롭지 않다.

 

 최근 우리 정부는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과제 중 하나인 ‘반려동물 보험(펫보험) 활성화’와 더불어 2027년까지 반려동물 시장을 15조원으로 키우겠다고 선언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21년 기준 반려동물 가구는 606만 가구로 전체 가구의 25.9%에 달한다. 세계 반려동물 시장 규모는 2022년 기준 3781억 달러(503조원)며 국내는 62억 달러(8조원)로 세계시장 대비 1.6% 수준으로 추산하고 있다. 그러면서 10년 후인 2032년에는 세계시장이 7762억 달러, 국내는 152억 달러로 연평균 각각 7.6%, 9.5%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는 성장하는 펫시장에서 새로운 생산을 창출하고 수출을 확대하기 위해 4대 주력산업 육성, 성장 인프라 구축, 해외 수출산업화 등 3대 전략을 수립해 추진하기로 했다. 특히 4대 주력 산업으로 펫푸드, 펫헬스케어, 펫서비스, 펫테크를 선정해 집중 육성할 계획임을 밝혔다.

 

 기업들은 이미 앞서가고 있다. 펫푸드 분야에서는 우후죽순 생겨나 이미 안전성 이슈가 불거진 경우도 있었다. 최근에는 기존 보험회사 중심으로 다뤄졌던 펫보험 외에 펫보험 자회사 설립으로 시장을 키우고 있고, 상조회사와 제지업체에서 장례상품과 반려동물 브랜드까지 속속 선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예를 들어 한 반려동물 쇼핑몰은 메리츠화재와 손잡고 업계 최초로 펫보험 자회사(GA) ‘펫프 인슈어런스’를 설립한다. 보람상조는 지난달 반려동물 전용 장례상품을 출시했다. 펫 전용 관, 유골함, 최고급 수의, 액자 등을 제공하고 단독 추모실 이용은 물론 전문 장례지도사가 직접 염습해 장례를 치러준다. 깨끗한나라는 반려동물 전문 브랜드를 론칭했다. 배변패드와 스킨케어 펫티슈가 주요 구성품이라고 한다.

 

 1인 가구의 증가, 고령화 사회 진입 등으로 인한 ‘위드 반려동물‘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됐다. 그런데 그로 인한 펫산업의 성장 이면에는 다양한 문제가 산적해있다. 반려견이 타인 혹은 다른 반려견을 공격했을 때의 적절한 법적 조항이 없어 항상 사회적 논란이 된다. 펫로스 증후군(가족처럼 여기던 반려동물이 죽은 뒤에 경험하는 상실감)에 대한 사회적 배려도 갈 길이 멀다. 반려동물의 사체 해결 방법도 여의치않다. 또 캣맘과 이에 반감을 갖는 사람들과의 갈등은 현재진행형이다. 지옥의 뜬장으로 혐오의 대상이 된 개농장은 수십년간 해결하지 못한 난제다.

 

 한국의 반려견 산업은 사실 국내 경제의 흥망과 궤를 같이했다. 1988년 서울올림픽 때는 대외적으로 ‘보신탕의 나라’라는 이미지를 희석하기 위해 서울시내 개고기 판매를 금지했고 2002년 한일월드컵 때는 TV에서 동물 프로그램을 쏟아냈다. 그러다 2002년 카드대란란과 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때는 각 가정이 경제난을 감당하지 못해 유기견이 급증했다. 경제 불황 때마다 급증한 유기견은 각 지자체마다 골칫거리였다.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급증한 유기견은 결국 안락사라는 조치를 당했다.

 

 최근 수년도 판박이다. 코로나19 사태와 겹친 제로금리의 유동성 확대는 자산가치의 뻥튀기로 다가왔고 최근에는 버블의 위험성으로 부각되고 있다. 이런 과정에서 TV에서는 유명한 개훈련사의 프로그램이 수도없이 전파를 타고 있다. 과거와 다르지않은 사회적 반복 현상이다. 만약 L자형 불황이 이어진다면 또 다시 유기견 문제가 폭발적으로 불거질 것이 틀림없다.

 

 산업의 성장만을 염두에 두면 안 된다. 생명을 다루는 분야다보니 더 진중하게 접근해야한다. 사회적 성숙이 필요하다. 대한민국은 아직 개고기 식용여부도 해결하지 못했다.

 

권기범 산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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