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정은의 가가호호] 자동차는 볼보, 아파트는? 브랜드 평가에 ‘안전’을 넣어야 할 때

경기 양주시 소재 아파트 건설공사 지하주차장에 철근 누락을 보완하기 위해 설치된 하중분산 지지대 모습. 뉴시스

 최근 볼보 자동차를 시승할 기회가 있었다. 볼보차가 수입차 시장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자랑하는 브랜드는 아니지만, 꾸준히 선택을 받는 이유가 있다. 바로 ‘안전하다’는 인식 때문이다. 볼보는 최근 미국고속도로안전보험협회(IIHS) 충돌안전 테스트에서 2년 연속 최다 수상하는 등 자동차 안전 관련 측정에서 꾸준히 최상위권에 오르고 있다.

 

 반대로 어떤 브랜드가 ‘안전하지 않다’는 인식을 얻게 되면 무슨 일이 생길까. 그 사례를 최근 건설분야에서 충분히 목도할 수 있었다.

 

 지난해 초 HDC현대산업개발이 시공하는 광주 화정 아이파크 단지에서 인명피해를 포함한 안전사고 발생 후 중대재해처벌법 등 관련 대책을 부랴부랴 시행했다. 하지만 1년여 만에 검단아파트 주차장 붕괴, LH 발주 아파트의 ’철근누락’처럼 어이없는 사태가 연속해서 일자 국민 분노가 극에 달했다.

 

 어느 산업분야든 ‘안전‘과 관련해 부정적인 이미지를 갖게 되면 치명타를 입을 수 있다. 검단아파트 사태에 책임이 있는 GS건설은 10개월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고 부정적인 경영전망에 시공능력평가 순위마저 하락했다.

 

 최근에는 국내 3대 신용평가사(한국신용평가·한국기업평가·나이스신용평가)로부터 회사채 신용등급 전망을 하향조정 당했다. LH 역시 철근누락으로 인해 조직의 존재 이유까지 거론되는 비난을 받고 있다.

 

 서글픈 이야기지만 우리는 현실적으로 아파트 브랜드가 일종의 ’명함’ 역할을 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흠집이 나 있는 명함을 갖고 싶은 사람은 없다. 때문에 최근 소비자들은 좀 더 직관적으로 아파트 브랜드의 ‘안전‘을 평가할 수 있는 통계 조사를 원하고 있다.

 

 부동산R114가 지난 1일부터 14일까지 전국 소비자 369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향후 성장이 기대되는 아파트 브랜드 1위로 삼성물산 래미안을 선택했다. 2위는 한화 포레나, 3위는 GS건설 자이 순이었다.

 

 부동산R114는 “공통으로 소비자들이 고급스러운 이미지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었다”며 “하지만 향후 아파트 브랜드 관련 조사에서는 반드시 ‘안전‘과 관련한 항목이 포함될 필요성이 제기된다”고 평가했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소비자 선택에 있어 안전에 대한 이미지가 상위권에 포진한 브랜드는 없었다”며 “홍보 전략에 있어 안전에 대한 이미지를 선점하는 것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국토교통부는 내년도 시공능력평가에 안전과 품질 항목을 강화하는 등 대대적인 손질을 예고했다. 부실 벌점·사망사고 만인율(근로자 1만명당 산재 사망자 수) 등 평가항목의 감점 폭을 기존 -1~-3%에서 최대 -9%로 확대했고 시공평가, 안전관리수준평가, 중대재해 등 신규 평가항목을 도입할 예정이다. 김상문 국토부 건설정책국장은 “하자보수 시정명령을 받을 때마다 -4%를 감점하고 회생이나 워크아웃 등 부도가 발생하는 경우에도 페널티를 기존 -5%에서 -30%로 확대했다”고 밝혔다.

 

 이제 건설사들은 자사 아파트 브랜드가 경쟁사보다 ’더 안전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안전하고 튼튼한 아파트’라는 이미지를 선점하는 게 예고된 업계 불황에서 살아남는 길이다. 

산업부 송정은 기자


송정은 기자 johnnyso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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