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시흥시에 사는 이모(63) 씨는 환갑을 기점으로 살기 팍팍해졌다고 느낀다. 이전까지는 자녀 교육비와 생활비가 많이 들었지만 직장이 있었기 때문에 버틸 수 있었다. 하지만 60세를 넘기면서 은퇴를 하고, 직장에 나와 경비실에서 일하면서 월급이 반토막 났다. 이제는 자녀들이 독립해서 자신과 부인의 생활비만 해결하면 되지만 이마저 충분하지 않다. 그나마 국민연금을 수령하고 있어서 가계에 도움이 된다.
우리나라 국민은 평균 27세부터 35년 동안 노동소득이 소비보다 많은 ‘흑자 인생’을 살다가 61세부터 적자 상태로 살아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43세에 노동 소득이 정점을 찍는 것으로 조사됐다.
통계청은 이러한 내용을 담은 ‘2021년 국민이전계정’을 28일 발표했다. 이 통계는 국민 전체의 연령별 노동소득과 소비, 공적 이전과 사적 이전 등 경제적 자원 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 지표다. 경제적 생애주기는 노동소득이 소비를 충족하는지를 보여준다.
우리 국민의 1인당 생애주기를 살펴보면 태어나 0세부터 26세까지는 노동소득이 소비보다 적은 적자 인생을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27세부터 소비보다 노동소득이 많아지는 흑자 인생으로 전환됐다. 흑자 인생은 60세까지 지속되다가 61세부터는 다시 소비가 소득보다 늘면서 적자로 바뀌었으며, 나이가 들수록 적자 규모는 커졌다. 다만 일하는 고령층이 확대되면서 적자로 재진입하는 연령은 2010년 56세, 2015년 58세 등으로 점점 늦춰지고 있다.
2021년 우리나라 국민의 총소비는 1148조8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6.2% 증가했다. 이 시기 노동소득은 140조원으로 5.7% 증가했다. 소비와 노동소득의 차액인 생애주기적자는 108조8000억원으로 11.6% 늘었다.
연령별로 보면 노동연령층(15∼64세)에서 179조7000억원 흑자를 나타냈다. 노동소득의 총액이 소비보다 더 많았다는 뜻이다. 반면 유년층(0∼14세)에서는 151조8000억원, 노년층(65세 이상)에서는 136조7000억원 각각 적자가 났다.
1인당 생애주기별로 보면 1인당 소비는 17세에서 3575만원으로 가장 많았다. 고등학교 시기에 공공 교육 소비로 1151만원을 쓰는 등 교육 소비가 커진 영향으로 보인다.
1인당 노동소득은 17세부터 발생하다가 43세에 3906만원으로 최대를 기록했다.
전체 생애 소비에서 노동소득을 뺀 국민 생애주기 적자 총액은 전년보다 11.6% 늘어난 108조8000억원으로 조사됐다. 소비의 증가 폭이 소득보다 커지면서 적자 규모가 증가했다.
총소비 중에서 공공소비가 377조8000억원, 민간소비가 771조1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대별로 보면 노동연령층에서 817조원을, 65세 이상에서 180조원을 지출했다.
공공소비 중에서 1인당 공공교육소비는 6~17세 연령대가 주된 주체이며, 노년층은 공공보건소비의 주된 주체인 것으로 조사됐다.
고령화의 영향으로 노년층의 공공소비 규모가 지속해서 증가했다. 실제로 전체 공공소비에서 노년층이 차지하는 공공소비 비중은 2010년 13.7%에서 ▲2013년 14.8% ▲2016년 16.7% ▲2019년 19.2% ▲2020년 19.9% ▲2021년 20.9% 등으로 증가하고 있다. 반면 공공교육 소비는 유년층에서 53조6000억원, 노동 연령층에서 21조원이 발생했다.
노동소득의 경우 임금소득이 1002조8000억원, 자영자노동소득이 37조2000억원으로 임금소득이 월등히 많았다.
연령대별로는 65세 이상의 총소득이 43조3000억원으로 19.2% 증가했다. 고령화로 65세 이상 인구가 늘고 일하는 고령층이 늘어난 영향으로 해석된다.
생애주기별로 발생한 적자는 가구 내 이전, 정부의 공공이전 등으로 충당한다. 연령별 재배분을 보면 노동연령층에서 275조4000억원이 순유출돼 유년층으로 152조4000억원, 노년층으로 118조6000억원이 이전됐다.
정부가 교육·보건서비스, 아동수당, 기초연금 등으로 유년층에 83조2000억원, 노년층에 90조9000억원을 각각 배분했다.
자산소득을 기초로 한 자산재배분은 유년층에서 6000억원이 순유출되고 노동연령층과 노년층에서는 95조7000억원, 18조2000억원 각각 순유입됐다.
유은정 기자 viayou@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