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민국 금융자산 10억원 이상 부자는 전년 대비 7.5% 증가한 45만6000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전체 인구의 0.89%로 추정된다. 이들이 자산을 불렸던 수단은 부동산 투자로 금융 투자보다 2배 가량 많았다. 다만 최근 약 10년간 부동산 및 금융 투자로 자산을 불린 부자는 감소한 반면 상속·증여로 자산을 받은 부자는 증가했다.
17일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발표한 ‘2023 한국 부자 보고서’에 따르면 이들 부자는 총 2747조원의 금융자산과 2543조원의 부동산자산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금융자산(총 2747조원)의 경우 10억~100억원 미만 보유한 ‘자산가’는 41만6000명으로 한국 부자의 91.2%(지난해 38만5000명, 90.7%), 100억~300억원 미만 보유한 ‘고자산가’는 3만2000명으로 6.9%(지난해 3만1000명, 7.3%), 300억원 이상 보유한 ‘초고자산가’는 9000명으로 1.9%(지난해 9000명, 2.0%)를 차지했다.
부자 1인당 평균 금융자산은 자산가 25억5000만원, 고자산가 176억2000원, 초고자산가 1313억9000만원으로 추정됐다.
하지만 연간 부자 비중의 증가 폭은 2019년 이후 가장 작았다. 이들이 보유한 총 금융자산(2747조원)도 1년 사이 4.7%(136조원) 줄었다. 부자들의 금융자산 규모가 뒷걸음친 것은 2019년 이후 4년만이다. 연구소 측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유동성 증가로 상승했던 주식 가치가 금리 인상으로 하락하면서 이들의 금융자산 규모도 감소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부자들이 보유한 총 부동산자산(2543조원)은 전년 대비 7.7% 증가했다. 다만 부동산 가격 하락의 영향으로 2021년(18.6%), 2022년(14.7%)보다 증가 폭이 축소됐다. 연구소 관계자는 “주택가격 하락에도 거주용 부동산 비중이 확대된 것은 주식시장 침체 등 금융시장 위축이 더 크게 작용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흥미로운 점은 부동산자산 비중이 자산가가 60.3%, 고자산가와 초고자산가가 48.2%로 나타났다. 즉 자산 규모가 큰 부자일수록 금융자산과 부동산자산을 비슷한 규모로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자들은 주로 수도권에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별 분포를 살펴보면, 서울에 20만7300명이 살고 있으며 다음으로 경기 10만700명, 부산 2만8500명, 대구 1만9400명, 인천 1만4200명 순으로 나타났다. 서울 내에서는 강남구, 서초구, 종로구, 용산구 4개 자치구가 지난해에 이어 높았다. 올해는 성수동을 포함한 성동구가 처음 부촌 지역으로 등극했다. 또한 부자가 많이 사는 지역에 부가 집중됐는지를 분석한 ‘부집중도’를 보면 서울시와 세종시의 부집중도가 높았다.
부자들은 내년 투자 금액을 늘릴 경우 매력적인 금융자산 투자처로 예·적금과 주식을 꼽았다. 일부는 금리가 고점이라고 판단될 때 채권 투자를 확대한다는 계획이었다.
향후 고수익이 기대되는 유망한 투자처로는 주식과 주택, 금·보석을 꼽았다. 주식에 대해 투자 기간은 1∼3년 미만, 수익률은 24% 정도를 기대하는 것으로 조사됐으며, 해외주식(41.8%)보다 국내 주식(74.8%)에 대한 투자 의향이 더 높았다.
부자들의 제시한 부자의 총자산 기준 금액은 100억원이 26.7%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50억원(14.0%), 200억원(10.7%) 등이었다.
현재 자산을 축적하는 데 가장 기여도가 큰 것은 사업소득(31.0%)으로 나타났다. 근로소득(11.3%)보다 3배 정도 높은 응답률이었다. 축적된 자산을 불리는 수단으로는 부동산 투자(24.5%)가 금융 투자(13.3%)보다 2배 정도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부자들이 생각하는 자산 성장의 기초가 되는 ‘종잣돈’은 8억원으로, 지난해보다 2000만원 줄었다. 최소 종잣돈을 모은 시기는 평균 42세, 투자 방법은 거주용 주택이 가장 많았고 다음은 거주용 외 아파트, 주식, 재건축 아파트, 상가, 예·적금 순이었다.
이주희 기자 jh224@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