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달러 막 내리나…새해 환율 1200원대 안착 전망

원·달러 환율 1300원 아래로… 美 경기둔화·금리 인하 선반영
“환율 하락 폭은 제한적일 것”… 2%대 물가 수렴 기대도

 내년 미국발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커지면서 원·달러 환율이 안정세를 띨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달 들어 원·달러 환율은 이미 1300원 안팎까지 내려온 상태다. 미국의 고금리 종결, 우리나라의 무역수지 개선 전망 등은 환율 상방을 제어하는 요인이지만,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 여부,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 등은 환율 변동성을 키울 요인으로 꼽힌다.

 

◆원·달러 환율 1300원 아래로… 美 경기둔화·금리 인하 선반영

 

 최근 약 1년 새 원·달러 환율은 널뛰기 장세를 보였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ECOS)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원·달러 환율(매매기준율 기준)은 1426.66원을 기록하며 1400원대를 넘어섰다. 그러던 게 이듬달 1364.10원, 같은 해 12월 1296.22원을 기록하며 1300원 아래로 내려왔다. 올해 들어선 1300원을 기준으로 오르내리다가 ▲8월 1318.47원 ▲9월 1329.47원 ▲10월 1350.69원 ▲11월 1310.39원을 기록하며 넉 달째 1300원 초반대를 유지 중이다.

 

 이달 들어선 미국의 내년 금리 인하 가능성이 힘을 받으며 원·달러 환율은 더욱 하락세를 그리고 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미 달러의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지난 27일 101.44를 기록하며 100선에 근접했다. 3개월 전에 견줘서 4.51%나 하락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도 28일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0.3원) 내린 (1294.2원)에 거래를 마쳤다.

 

 내년에도 최근의 기조가 이어질 거란 시각이 우세하다. 앞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이달 초 FOMC에서 내년 75bp 금리 인하를 예상했다. 금리 인하는 달러화의 약세 가능성을 높인다. 골드만삭스도 최근 환율 전망 보고서에서 기존의 전망을 수정해 달러화가 더욱 약세를 띨 거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원화, 영국 파운드화 등을 상승 여력이 많은 통화로 꼽았다.

 

 한국금융연구원은 내년 기존 미 달러화 강세요인들이 완화되면서 원·달러 환율이 점진적 하락 추이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했다. 금융연구원은 “미국이 경기둔화로 물가가 안정세를 되찾을 경우 연준의 금리 인하가 시작되면서 달러화 강세현상이 점진적으로 완화될 것”이라면서 “미 달러화지수, 대내외 금리 차, 경상수지, 산업생산 등을 반영한 내년 원·달러 환율 예상 경로는 하반기로 갈수록 낮아지는 모습을 시현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KDB미래전략연구소도 미국의 실물경기 둔화 영향이 반영되면서 환율이 하향 안정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고금리 영향으로 미국의 일자리 증가 폭이 감소하고,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역시 올해 대비 둔화할 것으로 전망되는 점도 달러 가치 하락의 근거로 꼽았다. 실제로 미국의 비농업 고용자 수 전월 대비 증감 규모는 지난 1월 47만2000명에서 5월 27만1000만명으로 크게 줄어든 후, 지난 10월엔 15만명까지 쪼그라들었다. 경기지표의 둔화로 노동시장과 물가가 안정세에 접어들면 연준도 기준금리 인하 스탠스에 접어들 거라고 예상했다.

게티이미지뱅크

◆“환율 하락 폭은 제한적일 것”…2%대 물가 수렴 기대도

 

 다만 달러 가치가 급격히 하락할 가능성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KDB미래전략연구소 미래전략개발부는 “미국과 주요국간 금리 격차가 여전히 높은 상황에서 인플레이션 우려 확대가 기준금리에 영향을 미칠 경우 달러 가치가 재차 상승하며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허지수 우리금융경제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지난 21일 금융시장 브리프에서 “원화는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 반도체 업황 개선에 따른 수출 반등으로 절상되겠으나, 중국 부동산 경기 부진, 엔화 약세에 대한 동조화로 절상 폭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허 연구원은 다음 달 말 기준 원·달러 환율 전망치(1295원)는 유지했다.

 

 한편, 내년 환율이 안정세를 보일 경우 넉 달째 3%대에서 안정세를 찾아가는 소비자물가가 한은의 목표치인 2%대까지 내려오는 데 긍정적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실제로 지난달 수출입물가는 전월 대비 4.1% 내리며 5개월 만에 하락 전환했는데, 이는 당월 평균 원·달러 환율이 한 달 전에 견줘 3% 하락한 영향이 컸다. 통상 수입물가는 1∼2개월의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영향을 미친다.

 

 환율 안정세는 제조원가, 물류비 상승 등으로 고충을 겪는 중소기업의 채산성 개선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 8월 수출기업 304개사를 대상으로 ‘환율 변동에 따른 수출 중소기업 영향 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 기업들은 영업목표 달성을 위한 적정한 원·달러 환율 수준으로 1262원을 제시했다. 다만 급격한 원화 가치 절상은 기업들에 부담이다. 기업이 영업적자를 보기 시작하는 환율은 1195원 수준으로 조사됐다.

 

오현승 기자 hs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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