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면 죽어도 눈을 못감는다. 도와달라.”
윤세영 태영그룹 창업회장은 3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에서 태영건설 채권자 수백명이 모인 가운데 열린 설명회에서 호소문을 통해 “사력을 다해 태영을 살리겠다”며 “언론에서 프로젝트파이낸싱(PF) 보증 9조원이라는 말이 나왔지만, 실제 문제가 되는 우발채무는 2조5000억원 정도로 가능성 있는 기업”이라고 강조했다.
시공능력평가 기준 16위 건설사인 태영건설은 부동산 PF 만기를 막지 못해 지난달 28일 워크아웃(기업재무구조개선)을 신청했다. 산업은행은 곧바로 은행과 증권사 등 직접 채권자와 새마을금고, 상호금융기관 및 PF 사업장 대출 보증채권자 등 400여곳에 금융채권자협의회 소집 통보를 보냈다.
윤 회장은 “참담하고 죄송스러운 마음이다. 1년 내내 유동성 위기로 가시밭길을 걷던 태영이 흑자 부도 위기를 맞았고 창립 50주년의 영광은 고사하고 망할 처지가 됐다”며 “태영이 이대로 무너지면 협력업체에 큰 피해를 남기게 돼 줄도산을 피할 수 없고, 국가 경제 위기의 불씨가 될 수 있다”고 채권자들에게 워크아웃(기업 개선작업) 동의를 요청했다.
이어 윤 회장은 “이대로는 죽어도 눈을 못 감을 것 같아 ‘노욕 아니냐’ 등의 질타에도 염치 불구하고 나섰다”며 “대주단 여러분 워크아웃 승인 없이는 태영을 되살리기 어렵다. 피해를 최소화해 태영과 함께 온 많은 분들이 벼랑 끝에 내몰리지 않도록 살 수 있는 길을 찾게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윤 회장은 “건설 부동산 경기는 부침이 있다. 그동안 PF를 하면서 좋은 성과를 거둬왔고, 가능성을 증명했지만 자기관리 소홀로 뼈아픈 부도 위기를 맞았다”며 “경영진 실책, 저의 부족이다. 절차대로 면밀히 실사해 살릴 곳은 살려서 계속 사업을 이어가게 도와달라”고 거듭 호소했다.
기업부도 위기를 감지한 것일까. 윤 회장은 2019년 3월 아들 윤석민 회장에게 태영그룹 회장직을 물려주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지만 지난해 12월4일 구순의 나이로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복귀했다. 1933년생 윤 회장은 1973년 태영건설을 창업한 이후 1990년 민영방송사인 SBS를 창립했고 현재 자산규모 10조원이 넘는 태영그룹을 일궈냈다.
태영건설의 직접 차입금은 1조3000억원으로 직접 채권자는 10여곳이다. 또 PF 보증을 선 사업장만 120여곳으로 금액은 9조8000원에 달한다. 기타 채권자까지 합치면 채권자 수는 400여곳으로 불어난다. 기촉법(기업구조조정촉진법)에 따르면 통보를 받은 업체 중 실제 채권 보유 여부와 금액에 응답한 채권자를 기초로 채권단이 구성되는 만큼 실제 규모는 400곳 보다는 적을 것으로 보이지만 통상 20~30곳 수준인 다른 워크아웃에 비해서는 큰 규모다.
태영건설은 오는 11일 열리는 1차 금융채권자협의회에서 채권단의 신용공여액 중 75% 이상 동의하면 워크아웃 여부가 확정되지만 부결되면 워크아웃 절차가 종료되고 법원의 회생절차(법정관리)로 넘어간다.
권기범 기자 polestar174@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