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가 회동을 통해 인공지능(AI) 반도체, 메타버스 등 최근 주목받는 산업에 대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29일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에 따르면 윤 대통령과 저커버그 CEO는 이날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만남을 가졌다. 주 의제는 메모리 반도체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분야의 협력이다.
이날 윤 대통령은 저커버그 CEO와 함께 AI 기술에 따른 생태계 변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윤 대통령은 “최근 AI 기술이 데이터 센터, 자율주행차, 사물인터넷 등 다양한 분야로 적용이 확대되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AI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며 “특히 글로벌 빅테크를 중심으로 AI 반도체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고 현주소에 대해 말했다. 이어 “AI 시스템에 필수적인 메모리(반도체 부분)에서 한국 기업이 세계 1·2위를 차지하는 등 세계 최고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며 국내 기업과의 긴밀한 협력을 강조했다.
저커버그 CEO는 파운드리 분야에서 메타가 대만의 반도체 기업인 TSMC에 너무 많은 부분을 의존하고 있다는 우려를 표했고, 여기에 윤 대통령이 한국과의 교류를 솔루션으로 어필한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저커버그 CEO는) 현재와 같이 취약성이 높고 휘발성이 높은 시기에 대만 TSMC에 의존하는 것에 대한 이슈를 얘기했다”며 “특히 삼성이 파운드리 거대 기업으로 글로벌 경제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기에 삼성과의 협력은 (TSMC 의존도와 관련된) 중요한 포인트가 될 수 있다고 이야기를 했다”고 전했다.
관계자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저커버그 CEO에 한국 기업과의 협력을 적극 당부했다. 윤 대통령은 “삼성전자의 AI 반도체, 시스템 반도체 부문에서 투자가 이뤄질 수 있도록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 이미 삼성전자가 투자할 수 있는 부분에 정부의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메타가 상상하고 설계한 것을 한국 산업이 적극적으로 지원한 준비가 돼 있다”며 “필요하다면 정부 차원에서 양국 기업간 협력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적극 어필했다. 한미 양국 정부가 구축한 공급망 협력 체계를 언급한 부분이다.
윤 대통령은 한국이 전 세계 소비자로부터 높은 기술력과 품질을 인정받고 스마트가전·웨어러블 디바이스·스마트카 등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메타가 AI를 적용할 수 있는 훌륭한 플랫폼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관련해 ‘메타버스’ 생태계 조성을 위해 연구개발(R&D) 인재양성 등 협력을 희망하는 뜻을 전했다. 윤 대통령은 메타의 확장현실(XR) 헤드셋 ‘퀘스트 3’을 언급하며 “하드웨어 제조 부분에 강점이 있는 한국기업과 협력한다면 큰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메타가 구축 중인 ‘개방형 혁신생태계’ 조성에도 동의했다. 윤 대통령은 “한국 기업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며 “빅테크 기업과 각국 정부들이 함께 연대해 디지털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고 어필했다.
뿐만 아니라 윤 대통령과 저커버그 CEO는 최근 불거진 생성형 AI를 악용한 딥페이크, 가짜뉴스, 허위선동 등 문제점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눴다.
윤 대통령은 “자유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하며 “올해는 전 세계 여러 국가에서 선거가 있는 만큼 메타와 같은 빅테크 플랫폼 기업들이 가짜뉴스와 각종 기만행위들을 신속하게 모니터링하고 조치할 수 있도록 각별한 관심을 가져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대해 저커버그 CEO는 “메타의 경우에 선거 부정행위를 막기 위해서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있다”며 “예를 들면 워터마크나 레이블을 통해 해당 영상이 AI 등에 의해서 생성된 것인지 등을 정보를 제공해 투명성을 제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대응책을 밝혔다. 이어 “한국의 선거관리위원회를 포함해 다른 나라 정부들과 이러한 가짜영상, 가짜정보가 유포되는 것을 제어하기 위해 정부간의 협업이 광범위하게 이뤄질 수 있다”고 부연했다.
신정원 기자 garden1@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