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끝’ 전기·가스요금, 오를 일만 남았나…정부, 인상 여부 고심

서울 시내 주택밀집지역 우편함에 꽂혀있는 도시가스와 전기요금 고지서. 뉴시스

 전기·가스요금 인상에 관심이 쏠린다. 필요성은 꾸준히 거론돼 왔지만, 관련 논의 시점은 사실상 ‘총선 이후’로 미뤄진 상태였다.

 

 정부는 재무 위기가 심각한 한전과 가스공사의 재무 상황, 국제연료 가격, 경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인상 여부와 시기를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치솟은 물가에 전기·가스 등 에너지 비용까지 오를 경우 상품 및 서비스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는 등 인플레이션 압박이 커지기 때문에 고민이 깊다.

 

 14일 전력·에너지 업계에 따르면 도시가스 요금의 경우 다음 달 1일자로 공급비 조정에 들어간다.

 

 도시가스 요금은 원료비(기준원료비+정산단가)와 공급비로 구성된다. 원료비는 발전 원료인 액화천연가스(LNG) 수입단가를 의미하며, 짝수달 중순까지 정산해 홀수달 1일자로 조정되는 구조다. 공급비는 가스공사 등 공급업자의 제조시절·배관 등에 대한 투자·보수 회수액을 뜻하며, 산업통산자원부의 천연가스 공급비 조정기준 관련 고시에 따라 매년 5월1일 조정된다.

 

 따라서 산업부가 공급비 조정 시 ‘인상’을 결정하면 정부 내 협의를 거쳐 이르면 다음 달부터 도시가스 요금이 오를 수 있다. 여름철에는 가스 수요가 줄어 가스요금을 인상해도 서민경제에 미치는 여파가 크지 않다는 판단이다.

 

 정부와 에너지 업계 안팎에서는 지난해 5월 이후 동결해온 가스요금의 인상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적지 않다. 우선 민수용 도시가스 미수금이 지난해 말 13조7000억원으로 불어난 상황을 무시할 수 없다. 미수금이란 가스공사가 원가에 미치지 못하는 가격에 도시가스를 공급하면서 발생한 손해를 일종의 ‘외상값’으로 장부에 기록해 둔 것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전후로 국제 가스 가격이 폭등했지만, 이를 판매단가에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면서 현재는 가스공사가 가스를 팔면 팔수록 손해인 구조다. 지난해 가스공사의 순손실은 연결 기준 7474억원으로, 미수금을 고려하면 실제 손실 규모는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최연혜 가스공사 사장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지금 원가보상률이 78% 수준이기 때문에 요금 인상은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전기요금 인상 여부도 정부의 고민거리다. 정부는 지난 2022년 4월부터 지난해까지 5차례에 걸쳐 전기요금을 약 40% 올렸다. 지난해 11월에는 물가 상승 및 서민경제에 미치는 부담 등을 감안해 산업용 전기요금만 인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원가에 못 미치는 가격으로 전기를 팔아 적자가 누적돼온 탓에 한전의 지난해 말 기준 부채는 202조원에 달한다. 여기에 국제유가까지 상승하고 있어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문제는 인플레이션 압박이다. 에너지 비용 상승은 제조업이나 식품 가공 업체 등 생산 비용은 물론 철도 및 버스 등의 운송 비용, 서비스 비용의 증가로 이어진다. 이는 곧 가정 경제의 지출 상승으로 연결되며, 인플레이션의 주요 원인이 될 수 있다. 

 

 한 관계자는 “에너지 비용 상승은 물가 상승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면서 “현 시점에서 요금 인상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지만, 정부는 그만큼 다양한 정책을 통해 물가 상승에 미치는 영향을 완화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최서진 기자 westjin@segye.com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egye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