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증권사들의 1분기 성적표가 속속 공개되는 가운데 증권 거래 증가 등에 힘입어 예상보다 호실적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2분기에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과 관련한 충당금 인식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2분기 실적을 결정할 주요 변수로 떠오른다.
12일 증권업계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은 연결재무제표 기준 올해 1분기 매출액이 6조2459억4800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4.10% 감소했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36.46% 증가한 3918억4800만원, 당기순이익은 40.68% 늘어난 3686억9100만원으로 집계됐다.
한국투자증권은 1분기 전 부문에서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거래대금이 늘어나면서 브로커리지 실적이 호조를 나타냈고, 주식발행(ECM)·채권발행(DCM) 부문의 고른 실적과 PF 부문 신규 딜 증가로 인한 기업금융(IB)수익 증가, 발행어음 운용 수익이 늘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다른 증권사들도 1분기 충당금 인식이 적어 대체로 양호한 실적을 올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KB증권은 1분기 삼성·미래에셋·NH투자·키움증권·한국금융지주 등 5개 증권사의 합산 순영업수익이 2조1400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148.0%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강승건 KB증권 연구원은 “브로커지 수익은 거래대금 증가 대비 부진하지만 양호한 수준”이라면서 IB(투자은행) 실적 역시 1분기에 일부 증권사들의 턴어라운드가 확인됐다는 점에서 2분기 실적 역시 양호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부동산 PF 관련 리스크가 이어지면서 2분기 실적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제기된다. 증권사들의 향후 실적은 금융당국의 부동산 PF 정상화 방안 내용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강 연구원은 “2분기 중 부동산 PF 관련 충당금 인식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되며 2분기 실적 결정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적절한 구조조정이 진행된다면 부동산 금융 회복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점 역시 고려해야 할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다른 금융사와 비교해 증권업계에 부동산PF 리스크와 관련한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블룸버그 산하 연구기관인 블룸버그 인텔리전스(BI)의 레나 쿽(Rena Kwok) 애널리스트는 ‘한국의 부동산 분야 스트레스가 시스템적 위험을 초래할 것인가’라는 보고서에서 증권사들의 유동성 대응 능력이 감독 기준을 살짝 넘어서는 만큼 부동산 경기 둔화, 높은 금리 등을 고려하면 자금 압박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난해 3분기 말 증권사의 조정 유동성비율은 104.3%를 기록해 감독 기준인 100%보다 4.3%포인트 높은 수준에 그쳤다. 조정 유동성비율이란 잔존만기가 3개월 이내인 유동성 부채 및 채무보증의 합산액 대비 잔존 만기가 3개월 이내인 유동성 자산의 비율을 뜻한다. 이 비율이 100% 아래면 우발 채무 발생 시 자체 유동성을 통해 감당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실제로 증권사의 PF 관련 대출 연체율은 다른 금융기관과 비교해선 많은 편이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2020년 말 3.37% 수준이었던 증권사 PF 관련 대출의 연체율은 지난해 3분기 말 13.85%, 4분기 말 13.73%로 10%포인트 넘게 뛰었다. 저금리와 부동산 가격 상승 시기에 PF 사용이 증가하고, 증권사들은 PF 대출을 증권화해 투자자들에게 판매했기 때문이다.
유은정 기자 viayou@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