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광풍·코로나19 거치며 기업대출 쑥…“부채 질 악화 유의해야”

부동산 투자 열풍과 코로나19 관련 개인사업자 지원 등이 맞물리며 최근 5년 새 기업부채가 1000조원 넘게 증가한 가운데 부채의 질 저하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전체 국가 경제 관점에서 기업신용이 생산적인 부문으로 적절히 공급되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한국은행이 20일 내놓은 ‘BOK 이슈 노트: 우리나라 기업부채 현황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기업부채는 지난해 말 기준 2734조원으로 집계됐다. 2018년 이후 총 1036조원 불어났다. 연평균 기업부채 증가율은 8.3%로 명목성장률(3.4%)을 크게 웃돈다. 기업부채 레버리지(명목 GDP 대비 비율)는 2017년 말 92.5%에서 지난해 말 122.3%로 상승했다.

 

보고서는 기업부채 증가를 이해하는 핵심 키워드로 부동산과 코로나19를 꼽았다. 우선 부동산경기 활황을 배경으로 비은행권을 중심으로 부동산 부문에 대한 신용공급이 확대되며 기업부채가 늘었다. 금융권의 부동산업 대출 현황을 보면 2017년 말 239조8000억원이던 금융권 부동산업 대출 규모는 지난해 말 540조6000억원으로 2.25배 급증했다. 특히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토지담보대출 등이 포함된 부동산개발업의 경우 2017년 말 66조6000억원이던 대출 규모가 지난해 말 179조7000억원으로 2.70배 증가했다.

 

코로나19 위기에 대응한 개인사업자 등에 대한 금융지원 조치가 지속된 것도 국내 기업부채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서는 진단했다. 개인사업자대출 연간 증가 규모는 코로나19 이전인 2017~2019년 중 연평균 24조원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 피해기업에 대한 보증 지원 및 대출상환 유예 등에 따라 2020~2022년 중 이 규모는 연평균 54조원까지 늘었다. 연평균 증가율은 15%에 이른다. 이 밖에 일반기업의 경우 2020년 이후 대기업을 중심으로 업황 부진에 따른 영업자금 수요와 시설투자자금 수요가 모두 늘어나면서 부채 증가세가 확대되는 경향도 보였다.

 

기업부채가 상대적으로 생산성이 높지 않은 부동산 부문에서 크게 확대된 건 국가 경제 전체적으로 자원배분의 효율성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업종별 생산 비중 대비 대출공급 비중을 나타내는 대출집중도를 보면 부동산업의 대출집중도는 4에 육박한다. 이는 여타 업종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류창훈 한은 금융시장국 시장총괄팀 과장은 “주요국에 견줘봐도 GDP 대비 부동산업의 대출 비중이 상당히 높은 편이고, 이는 금융시장에 PF 연체율 상승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서 (해당 분야 대출의) 점진적 디레버리징 정책이 꾸준히 추진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일반기업의 경우에도 한계기업 부채 비중 확대 등 기업부채의 질이 다소 저하되고 있는 데에는 계속 유의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전체 일반기업 차입부채에서 한계기업의 부채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1년 말 14.7%에서 2022년 말 17.1%로 상승했다. 기업대출의 건전성이 악화하는 것도 우려 요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국내은행의 기업대출 연체율은 0.48%로 전년 동월 말(0.35%) 대비 13bp 상승했다. 보고서는 “향후 기업신용이 전체 국가 경제 관점에서 생산적인 부문으로 적절히 공급될 수 있도록 유도해 나가야 한다”면서 “향후 국내외 통화정책 기조 전환 과정에서 금융기관의 신용공급이 부동산 부문으로 집중되지 않도록 거시건전성 정책을 통해 적절히 대응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오현승 기자 hs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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