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가 기억하는 첫 번째 야구만화의 주인공은 이상무 선생님의 독고탁이었습니다. 엄지 남자친구 까치보다도 엄청 형님이었죠. 우리나라 야구만화에는 천재 주인공과 함께 야구 대결이 등장하지만, 기억에 남는 특정 대회 이름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일본의 야구만화는 다릅니다. 아다치 미츠루의 대표작 ‘H2’와 ‘터치’를 비롯해서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하는 일본 야구만화에는 거의 다 고시엔(갑자원)이 등장합니다. 그리고 항상 지역 예선 1차전부터 경기를 합니다. 그래서 자세히는 몰라도 일본의 고시엔은 일본 고교야구선수들에게는 꿈의 대회라고 알고 있었습니다. 3500개에 달하는 고교야구팀 중에 이번 본선에 오른 팀은 49팀. 단순수치만으로도 본선에 오를 확률은 1.4%이니 정말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일 같죠. 지난주 MLB에서 40-40의 대기록을 작성한 오타니마저도 지역 예선을 통과하지 못해 엉엉 우는 영상이 있을 정도이니 말입니다.
1915년에 첫 대회가 시작했던지라 일제 강점기 시절, 조선지역 대표로 출전했던 우리나라 학교들도 있었는데요. 특히 1923년의 휘문고보는 유일하게 우리나라 사람만으로 구성된 팀으로서 8강까지 올랐었다고 합니다. 어쨌든 일본 야구는 시청해 본 적도 없는 제가 이번 고시엔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는 교토국제고 소식이 연일 뉴스를 장식하다 보니 호기심과 응원의 마음을 더해 처음으로 일본 고교야구 대회링크를 찾아 결승전을 아침 10시부터 보았습니다. 경기는 정말 오랜만에 쫄깃한 경기였습니다. 투수전이기도 했지만 일단 경기 진행이 무척 빠르더군요. 중간중간 귀여운 응원단의 모습과 인터뷰가 나오느라 이닝 사이 휴식시간이 좀 길어 보였는데도, 정규이닝 9회 경기가 2시간이 걸리지 않더군요. 제가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승부처는 6회였습니다. 6회 초 교토국제고가 1사 2, 3루의 기회를 점수로 연결하지 못해서 위기가 오지 않을까 했는데, 선발투수가 씩 웃으며 연속 삼진으로 상대팀에게 기회의 틈을 주지 않더군요. 어쨌든 10회 말 경기가 끝나자마자 승리한 선수들도, 아깝게 패배한 선수들도 모두 그라운드 위에서 펑펑 울음을 터뜨리는데 저도 가슴이 뭉클할 정도였습니다. 두 학교 모두 결승 진출은 처음이었다는데요. 언제 그 학교들이 다시 결승에 진출할 수 있을지, 그리고 그 여정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기에 그들의 눈물에는 여러 가지 의미가 있었겠지요. 평생 한 번도 결선에 진출할 수 있을까 말까 한 고시엔. 그 대회에서 우승은 화려한 꿈이 이루어지는 청춘의 기록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