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웰니스 페어 2024] “음식이 지닌 이야기까지 생각하는 계기 되길”

배서영 홀썸 대표
‘제철에 만나는 가치 있는 식탁’ 주제로 강연

배서영 홀썸 대표가 26일 용산구 공간오즈에서 열린 ‘월드 웰니스 관광페어 인 서울 2024’에서 웰니스 푸드에 관한 강연을 하고 있다. 김두홍 기자

 지난 26일 서울 용산구 공간 오즈에서 ‘제철에 만나는 가치 있는 식탁’을 주제로 진행한 배서영 홀썸 대표의 강연은 농산물이 식탁에 오르기까지의 과정을 돌이켜보고, 지속가능한 먹거리의 순기능에 대해 떠올려볼 수 있는 유익한 시간이었다.

 

 홀썸은 변화무쌍한 제철 채소로 만든 요리를 선보이는 비건 레스토랑으로도 유명하지만, 본질은 ‘팜 투 테이블(Farm to table)’의 가치를 추구하는 웰니스 푸드 브랜드다. 우리말로 ‘농장에서 식탁까지’라는 뜻으로 지역에서 자란 신선한 농산물이나 가공품을 소비자 식탁에 제공하는 개념이다.

 

 배 대표는 이날 강연에서 “여러분이 생각하는 건강한 먹거리의 의미는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을 청중에게 던져 몰입도를 높였다. 객석에서는 ‘무농약’, ‘신선도’, ‘인공적인 첨가물이 적은 음식’, ‘저(低)탄수화물’ 등의 대답이 나왔다.

 

 이에 배 대표는 “제가 아주 좋아하는 질문”이라며 “저는 이 질문에 대한 스스로의 답을 세웠을 때 홀썸을 시작했다”고 운을 뗐다. 그는 밤에는 불도 들어오지 않는 진주의 깊은 숲 속에서 사찰요리를 공부하며 ‘건강한 먹거리’의 의미를 찾았다.

 

 그는 “그곳에서 접한 자연 그대로 키운 식재료는 지금까지 먹어본 어떤 것보다 신선하고 맛있었다”며 “건강한 먹거리란 먹는 사람의 몸과 마음에만 이로운 것이 아니라 생산, 소비, 폐기에 이르는 전 과정에 걸쳐 지속가능한 것이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전했다.

 

 브랜드명에도 이 같은 가치관을 투영했다. 홀썸은 ‘몸과 마음이 모두 건강한 상태’라는 뜻이다. 배 대표는 “홀썸은 음식을 통해 땅과 바다, 생산자, 요리사, 소비자가 지속가능한 가치를 나눌 수 있는 관계를 지향한다”고 강조했다. 음식 뒤의 모든 과정이 촘촘한 관계로 엮여 있으며, 이를 알고 나면 우리 앞에 놓인 채소 한 뿌리, 과일 한 알이 완전히 다르게 느껴진다는 뜻이다.

 

배서영 홀썸 대표가 강연에서 홀썸의 브랜드 스토리와 가치관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김두홍 기자

 배 대표는 청중이 음식의 스펙 너머에 있는 이야기와 관계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직접 농가를 찾아 소통한 사례도 소개했다. 실제로 홀썸은 농가와의 소통에 가장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충주에서 ‘생명역동농법’으로 사과 농사를 지으며 와인을 양조하는 프랑스 출신의 농부, 환경을 생각해 일회용 소재를 과감하게 없앤 함양의 사과 농가, 제주에서 채소를 다품종 소량 생산하는 청년 농부, 토종 벼를 복원해 ‘우리 것’을 이어가는 농부까지. 단순 상품 포장만 보고는 알 수 없는 소중한 이야기를 청중에게 전달했다.

 

 배 대표는 농가를 방문하며 배우는 점이 많다고도 소개했다. 대표적으로 김천에서 포도를 자연 재배로 짓는 농장이 있다. 이 농가는 자연 재배를 위해 15년 동안 농장의 생태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고, 3~4년 전부터 과실을 맺기 시작했다. 이 농장은 제초도 하지 않는다. 사람에게는 쓸모가 없어 ‘잡초’라고 하지만, 나무에는 영양분이 되고 서로가 경쟁하며 자라면서 해충 피해를 빨리 회복할 수 있게 만든다. 배 대표는 “약간의 고난이나 역경이 있어도 헤쳐온 사람이 단단한 삶을 가질 가능성이 높은 것과 비슷한 맥락”이라며 “마트에서 보는 것이 우리 세상에 있는 모든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면 좋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배 대표는 “웰니스는 나와 내 주변 환경의 건강한 관계를 구축하는 것에서 시작한다고 생각한다”며 “삶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식사에서 더 좋은 의미를 찾을 수 있다면 우리가 건강한 삶을 만들어가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강연을 마쳤다.

 

 이어진 질의·응답 세션에서는 일반 소비자들이 팜 투 테이블 가치를 추구하는 농가의 제품을 어떻게 접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배 대표는 “서울에서 주말마다 마르쉐(농부 시장)가 열리고 있는데, 마르쉐 블로그나 인스타그램에서 정보를 받아볼 수 있다”고 귀띔했다.

 

 농가와의 관계를 어떻게 쌓았는지 묻는 말에는 “마르쉐에 꾸준히 출전하면서 농가들과의 관계가 단단해졌고 홀썸을 5년 정도 운영하다 보니 이제는 농가에서 먼저 연락이 오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화연 기자 hy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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