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자 5명 가운데 1명은 6개월 이상 구직활동에 나서도 일자리를 찾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장기 실업자 축에 속하는 이들의 수는 6개월째 증가세며, 비중 역시 외환위기 이후 가장 높았다.
1일 통계청에 따르면 실업자 수는 지난 8월 기준 56만4000명이었다. 이 가운데 구직 기간이 6개월 이상인 이들은 11만3000명으로 20.0%였다. 이는 외환위기 여파로 구직시장이 얼어붙었던 1999년 8월(20.1%) 이후 25년 만에 최고치다.
6개월 이상 장기 실업자는 코로나19 펜데믹 기간에 치솟은 바 있다. 2020년 10월부터 2021년 7월까지 증가해 10만명을 웃돌다가 이후 줄어들면서 10만명 선 아래로 떨어진 바 있다.
장기 실업자 수는 올해 3월부터 늘어나더니 지난 8월까지 6개월 연속 증가세다. 특히 해당 기간 가운데 지난 7월까지는 전년 동월 대비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하기도 했다.
반면 전체 실업자 수는 지난 7월부터 전년 동월 대비 감소로 전환했으며 두 달 연속 줄어들었다. 전체 실업자가 줄어든 대신 장기 실업자 수가 급격히 높아진 것이다.
장기 실업자 수 증가는 일자리 눈높이가 맞지 않아 구직 기간이 늘어났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경제활동인구조사 마이크로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직장에 다닌 지 1년이 넘지 않은 장기 실업자 가운데 이전 직장을 관둔 사유가 ‘시간 및 보수 등의 작업 여건 불만족’인 비율이 24.7%였다. 즉, 눈높이에 맞는 일자리를 찾지 못하면서 구직 기간도 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데이터는 ‘쉬었음’ 비율의 증가와 무관치 않다. ‘쉬었음’의 이유는 취업 의사가 없거나 취업 의사가 있어도 원하는 일자리를 찾지 못한 사람 등을 포함한다. 지난 8월 비경제활동인구 가운데 ‘쉬었음’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24만5000명(10.6%) 증가한 256만7000명이었다. 실업률이 1%대로 떨어졌지만 고용의 질 측면으로 볼 때 아쉬움을 보이는 대목이다.
직장에 다닌 지 1년을 넘지 않은 장기 실업자의 직전 직장을 살펴보면 도소매업(18.9%), 제조업(15.9%), 보건업 및 사회복지서비스업(13.7%) 등의 순이었다. 도소매업은 온라인화 및 무인화로 취업자 수가 줄어들고 있다. 이전 직장의 지위별로 보면 상용근로자(44.8%), 임시근로자(36.3%), 일용근로자(13.3%) 등의 순이었다.
한편 실업률은 경제의 바로미터다. 경제의 전반적인 상황 및 노동계의 모습을 속속들이 들여볼 수 있다. 흔히 기업들이 위기에 처할 때 인력을 줄여 실업률 상승을 유발한다. 또한 실업률이 증가할 때 경제 활동이 위축하면서 가계 지출 감소로 이어진다. 이는 기업 수익이 줄어들게 하는 원인으로 작용하면서 경제 전반에 악순환 구조를 만든다.
김재원 기자 jkim@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