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사회에서 손목터널증후군은 더 이상 생소한 질환이 아니다. 스마트폰과 태블릿 사용이 일상화되면서 손목을 자주 사용하는 사람들에게서 손목터널증후군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그러나 이 질환이 너무 흔해진 나머지 심각성을 간과하는 이들도 많아져 문제다. 통증이 있더라도 파스 한 장으로 완화할 수 있다고 생각해 방치하는 경우가 흔하다. 하지만 손목터널증후군이 악화되면 근육 위축 등 심각한 문제가 나타날 수 있으므로 의심 증상이 생겼을 때 즉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
손목터널증후군은 손목의 '손목터널' 내에서 정중신경이 압박받아 발생하는 질환이다. 손목 앞쪽, 피부 아래에 위치한 손목 터널은 뼈와 인대로 형성되어 있으며, 9개의 힘줄과 1개의 정중신경이 통과한다. 과도한 사용으로 인한 염증과 부종이 생기면 터널 내부가 좁아져 정중신경이 압박받게 되고, 이로 인해 저림, 통증, 감각 이상 등이 나타난다.

초기에는 증상이 간헐적이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만성적인 문제로 발전할 수 있다. 특히 병이 진행됨에 따라 엄지손가락의 운동 기능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엄지손가락의 근육이 약해지면 일상생활에서 수저질, 젓가락질, 필기 등 기본적인 활동조차 어려워질 수 있으며, 미세한 작업이 필요한 동작도 힘들어져 업무 수행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손목터널증후군을 의심할 만한 증상이 나타난다면 자가진단을 통해 초기 징후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팔렌 검사와 티넬 검사를 통해 손목과 손가락의 통증이나 저림을 체크할 수 있다. 팔렌 검사는 손목을 90도로 꺾어 양쪽 손등을 맞댄 채 1분가량 자세를 유지하는 방법이다. 티넬 검사는 손바닥을 편 상태에서 손목의 중앙 부근을 두드리는 방법이다. 이러한 검사에서 이상이 느껴진다면 전문가의 진단을 받아 정밀 검사를 진행해야 한다.
다행히 손목터널증후군 초기에는 비수술 치료만으로도 손목 건강을 회복할 수 있다. 소염제나 주사를 통해 염증을 감소시키고, 부목 등을 사용하여 손목의 움직임을 제한함으로써 증상을 완화할 수 있다. 특히 초음파 유도하 주사 치료는 인대, 힘줄 등 연부 조직의 강화에 많은 도움이 된다. 체외 충격파 치료도 염증을 제거하고 힘줄과 주변 조직, 뼈 등의 재생을 촉진할 수 있어 손목터널증후군 환자에게 효과적이다.
다만 손목을 계속 과도하게 사용하면 언제든 손목터널증후군이 재발할 수 있으므로 치료 후 꾸준히 관리해 주어야 한다. 손목 사용 시, 손목이 과도하게 꺾이지 않도록 적절한 자세를 유지하고, 일정 시간마다 휴식을 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반복적인 동작이나 한 자세로 오랜 시간 작업하는 것은 피해야 하며, 손목을 보호하기 위해 쿠션이나 받침대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간단한 스트레칭도 도움이 된다. 손가락과 엄지손가락을 대상으로 한 스트레칭을 통해 손목의 경직을 예방하고, 근육을 풀어주는 것이 필요하다.
이지혜 동탄 청담탑정형외과 대표원장은 “특히 손을 많이 사용하는 직업군에서는 손목 주변의 근육을 강화해 관절에 가해지는 부담을 줄여야 한다”며 “그러나 잘못된 운동이나 동작은 오히려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전문의와의 상담을 통해 적절한 운동 방법을 익혀 손목 건강을 지키기 바란다”고 말했다.
정희원 기자 happy1@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