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란성 쌍둥이를 자연 임신한 30대 A 씨는 임신 15주 차에 갑자기 늘어난 양수로 배가 팽창돼 불편함을 느꼈고, 병원에서 ‘쌍둥이 수혈 증후군’으로 진단받았다. A 씨는 태아 내시경 수술을 진행해 훗날 건강한 아이를 출산할 수 있었다.
쌍둥이 수혈 증후군(Twin-to-Twin Transfusion Syndrome, TTTS)은 일란성 쌍둥이 임신 중 발생할 수 있는 심각한 합병증이다. 태아가 자궁 내에서 태반과 혈관을 공유하면서 발생하는 병리적 상태를 말한다. 일란성 쌍둥이 임신의 9~15%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나의 태반을 공유하며 발생하는 쌍둥이 수혈 증후군은 쌍둥이 간에 존재하는 혈관 연결이 문제를 일으켜 발생한다. 두 태아 간의 불균형적인 혈류, 즉 순환 장애가 특징이다. 한 명의 태아가 다른 태아로부터 과도하게 많은 혈액을 받아 과부하 되고 반대로 다른 태아는 혈액이 부족해지면서 두 태아 모두 신체 상태가 악화한다.
이런 불균형이 지속하면 각 태아는 심장 부담, 신장 기능 이상, 성장 장애 등의 문제를 겪을 수 있다. 심각한 경우 사산으로 이어질 위험이 커진다. 조기 발견하고 치료하면 태아 생존율은 크게 향상되지만, 치료하지 않으면 73~100% 두 태아 모두 사망할 수 있는 매우 불량한 예후를 보인다.
주요 증상은 양수과다증으로 인한 복부 팽만감이다. 두 태아의 양수량 차이로 인해 한 태아에서는 양수과다증이, 다른 태아에서는 양수과소증이 발생한다. 초음파 검사를 통해 양수량의 불균형, 태아 간 성장 차이, 태아 심장 기능 이상 등을 종합 평가해 진단을 내린다.
쌍둥이 수혈 증후군의 병기는 정도에 따라 5단계로 구분된다. 1단계는 두 태아의 양수량이 차이를 보이나 혈관 안의 피의 흐름을 알 수 있는 도플러 초음파에선 정상인 상태다. 이후 태아의 방광이 초음파 관찰에서 보이지 않는 2단계, 양수량 차이와 비정상적인 혈류 패턴이 나타나는 3단계, 태아의 수종(몸이 붓는 병)이 발견되는 4단계를 거쳐 둘 중 한 태아가 사산하는 5단계로 이어진다.
치료 방법은 진행 정도에 따라 다양한 접근이 필요하다. 1단계인 초기에는 집중적인 관찰을 통해 태아 상태를 모니터링하며 자연적으로 호전되는지 지켜보기도 한다. 하지만 2단계 이상의 중증의 경우 자궁 내 태아 내시경 레이저 치료나 조기 출산 등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가령 태아 내시경 레이저 치료는 태반에서 연결된 두 태아의 혈관을 차단해 혈류의 불균형을 해소하는 방법으로 임신 16~26주 사이에 권고된다. 치료 후 평균 출산 시기는 임신 32~34주 사이로 대부분 조산한다.
김호연 고대안산병원 고위험산모신생아 통합치료센터장(산부인과 교수)은 “우선 일란성 쌍둥이인지 임신 초기에 정확히 확인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며 “주기적인 산전 진찰과 초음파 검사를 통해 문제가 생길 위험성을 낮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송관흡 고대안산병원 산부인과 교수도 “태아 내시경 레이저 치료의 경우 최근 의료계에서 높은 성공률을 보여 아이들이 보다 건강하게 태어날 기회를 얻고 있다”며 “고대안산병원 고위험산모신생아 통합치료센터에서도 쌍둥이 수혈증후군의 태아 내시경 수술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희원 기자 happy1@sportsworld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