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막을 내린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5’에서는 로봇이 키 플레이어로 활약했다. 8년 만에 CES 기조연설자로 나선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의 입에서 ‘피지컬(물리적) AI(인공지능)’이라는 개념이 언급돼 화제를 모았고, 각국의 기업들이 로봇 신기술을 전시했다.
기술 발전으로 머지않아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의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국내 기업들도 기술 격차를 좁히는 데 주력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미국 시장조사업체 BCC에 따르면 현재 784억 달러(약 114조원) 수준인 전세계 로봇 시장 규모는 오는 2029년 1652억 달러(240조원)로 성장할 전망이다. 올해 CES에서도 AI가 챗GPT 같은 거대언어모델(LLM) 영역을 넘어 물리적 AI로 확장해야 한다는 방향성이 확인됐다.
CES 개막 하루 전 기조연설에서 젠슨 황 CEO는 “로봇을 위한 챗GPT의 모멘트(순간)가 다가오고 있다”고 언급했다. 2022년 말 혜성처럼 등장한 챗GPT가 생성형 AI 시대의 포문을 열었다면, 이제는 물리적 AI 시대가 다가오고 있음을 시사하는 발언이다. 그러면서 로봇과 AV(자율주행차량) 등 물리적 AI 개발을 돕는 플랫폼인 ‘코스모스(Cosmos)’를 발표했다.

로봇과 같은 물리적 AI 모델을 개발하려면 비용이 많이 들고 방대한 양의 실제 데이터와 테스트가 필요하다. 엔비디아 코스모스는 ▲최첨단 생성형 월드 파운데이션 모델(WFM) ▲고급 토크나이저 ▲가드레일 ▲가속화된 비디오 처리 파이프라인으로 구성된 플랫폼이다. 자율주행차와 로봇의 AI 모델 훈련 등 개발자들의 작업을 돕는다. 예를 들면 로봇이 공장에서 작업할 때 이동 동선을 훈련시키거나 다양한 도로 상황을 자율주행차에 훈련시키는 데 쓰인다.
엔비디아가 물리적 AI 시대를 앞당기기 위해 코스모스를 오픈 모델 라이선스로 제공할 예정인 만큼,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휴머노이드 로봇은 최근 산업 현장에서의 수요가 점차 높아지는 추세다.
현재 중국의 휴머노이드 로봇 경쟁력이 압도적이다. 황 CEO는 이번 기조연설 때 코스모스를 발표하면서 14개 파트너사의 휴머노이드 로봇을 무대에 올렸다. 이 중 6개가 중국 기업의 로봇으로 유니트리 ‘H1′, 샤오펑 ‘아이언’, 갤봇 ‘G1′ 등이 특히 주목 받았다.

중국 공업정보화부는 지난해 10월 ‘휴머노이드 로봇산업 육성 지침’을 발표하고 2027년까지 세계적 지배력을 확보하겠다고 공언했다. 현재 중국 내 휴머노이드 로봇 기업은 80개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중국 기업은 휴머노이드 로봇 설계뿐 아니라 양산까지 성큼 다가간 상황이다. 중국 러쥐로봇은 지난달 말부터 휴머노이드 로봇 연간 200대를 생산할 수 있는 생산라인을 가동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중국 로봇 기업과 비교하면 국내 기업들과의 기술 격차가 현저하다는 평가다.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22일 ‘제3차 인공지능 산업정책위원회’를 열고 휴머노이드 로봇을 산업 분야 AI 확산을 위한 10대 과제 중 하나로 점찍고 지원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안덕근 산업부 장관은 “AI 활용은 기업의 공정을 혁신할 뿐만 아니라 새로운 비즈니스, 신산업을 창조하는 기회의 창”이라며 “자율제조 등 선도 프로젝트를 추진해 산업에 특화된 AI 에이전트를 만들고 휴머노이드 로봇 등을 물리적 AI로 발전시키기 위한 과제로 제시했다”고 언급했다.
또 안 장관은 “AI의 활용은 기업 공정을 혁신할 뿐 아니라 새로운 비즈니스를 창출하는 기회의 창”이라며 “민관이 협력하는 산업AI위원회를 상설화하고 오늘 발표된 제언과 정책과제들이 실제 현장에서 실행되도록 예산확보 및 법제화에 속도를 내겠다”고 강조했다.
이화연 기자 hyle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