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연금이 고갈 우려에도 불구하고 해외 주식 부문에서 높은 수익률을 바탕으로 2년 연속 최고 수준의 기금운용 성과를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오랜 시간 국민연금 기금 제도에 손을 대지 못하면서 하루 885억원의 적자가 쌓이고, 이 상태가 지속된다면 2057년 기금이 고갈될 전망이다.
4일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민연금기금 적립금은 1213조원, 수익금은 160조원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익률(잠정·금액가중수익률)로 따지면 15.00% 수준으로, 1988년 국민연금에 기금이 설치된 이후 가장 높은 수익률이다. 이에 따라 기금 설치 이후 수익률은 연평균 6.82%를 기록했으며, 누적 운용수익금은 총 738조원으로 집계됐다.

수익률을 자산별로 살펴 보면 해외 주식 34.32%, 해외 채권 17.14%, 대체 투자 17.09%, 국내 채권 5.27%, 국내 주식 -6.94%로 각각 나타났다.
특히 해외 주식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인하와 기술주 중심의 강세 등에 힘입어 30%대 수익률을 나타냈다. 반면 국내 주식은 대형 기술주 실적 우려, 정치적 불확실성 등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해외 채권은 시장금리 상승에도 양호한 이자 수익과 원·달러 환율 상승 효과로 두 자릿수 수익률을 나타냈고, 국내 채권은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두 차례(10월·11월) 기준금리를 인하하며 채권 가격이 상승해 5%대 수익률을 나타냈다.
김태현 국민연금 이사장은 “앞으로도 기준 포트폴리오 도입과 차세대 해외투자 통합시스템 가동, 해외 전문인력 채용 등으로 기금운용 역량을 더욱 강화하는 한편, 위험 관리도 철저히 해 기금수익률 제고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민연금의 높은 수익률로 재정 전망이 일부 개선됐음에도 수익률 개선만으로는 기금 고갈을 막기에는 역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예산정책처의 ‘2025~2072년 장기재정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국민연금 기금 누적 적립금은 2039년 1936조9000억원까지 쌓이다가 2040년부터 적자로 전환돼 2057년에는 완전히 소진될 전망이다. 또한 2072년 기준 국민연금의 누적 재정수지 적자 규모는 2899조4000억원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60.9%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예정처는 “현재 국민연금이 재정수지 흑자를 보이고 있으나 국가 재정에 대한 잠재적 위험 요인이 된다는 점을 시사한다”며 “향후 재정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재정 지속 가능성 확보를 위한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유은정 기자 viayou@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