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자본총계가 마이너스 상태인 완전자본잠식이 발생한 부실기업이 4500개사에 이를 거라는 암울한 분석이 나왔다. 이는 전체 외감기업 중 11.9% 수준으로 2019년 이후 가장 비율이 높다. 부실기업이 늘어난 건 경기회복 지연으로 인한 업황 부진, 고금리 등의 영향으로 국내 기업들의 수익성이 나빠진 데 따른 결과다.
한국경제인협회는 기업부실확률예측 분석을 바탕으로 지난해 부실기업 수를 진단한 결과 이렇게 분석됐다고 23일 밝혔다. 한경협은 금융업을 제외한 전체 외감기업(3만7510개사)을 대상으로 진단을 실시했더니 이 중 4466개사가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놓일 거라고 분석했다. 1년 새 116개사(2.7%) 늘어난 것으로, 전체 기업 대비 완전자본잠식 기업의 비중은 2023년 11.6%에서 지난해 11.9%로 대비 0.3%포인트 상승했다. 외감기업은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외부감사가 의무화된 법인으로, 직전연도 자산 120억원 이상, 부채총액 70억원 이상, 매출액 100억원 이상, 종업원 100명 이상 중 2가지 이상을 충족하는 법인을 일컫는다.
완전자본잠식이 발생한 기업의 수는 코로나19 시기보다 많았다. 부실기업 수는 2019년 2508개사, 2020년 3077개사, 2021년 4012개사를 기록하며 코로나19 초기 크게 늘다가 2022년 3856개사로 소폭 줄었다. 이후 2023년 4350개사, 지난해 4466개사로 2년 연속 재차 증가했다.
개별기업들의 평균부실확률은 지난해에도 상승세를 이어갔다. 개별기업들의 부실확률을 산술평균한 값을 의미하는 평균부실확률은 2019년 5.7%에서 2020년 6.4%, 2021년 7.3%, 2022년 7.9%, 2023년엔 8.0%, 지난해 8.2%를 기록하며 매해 뛰고 있다.
업종별로는 최근 극심한 업황 부진을 겪는 부동산 및 임대업의 부실확률이 24.1%로 가장 높았다. 다음은 ▲전기·가스, 증기 및 수도사업(15.7%) ▲보건 및 사회복지 서비스업(14.2%) ▲예술, 스포츠, 여가관련 서비스업(14.0%)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최근 부실확률이 가장 가파르게 상승한 업종은 건설업이었다. 건설업의 부실확률은 2019년 3.3%에서 지난해 6.1%로 최근 5년 사이 2배 가까이 치솟았다.
한경협 이상호 경제산업본부장은 “부실기업이 늘어나면 실물경제 악화와 함께 금융시장 리스크가 확대돼 경제 전반의 불확실성이 급속히 높아진다”며 “자금조달 비용 완화와 유동성 지원으로 부실위험을 줄이는 한편, 원활한 사업재편을 저해하는 상법개정안을 국회에서 재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오현승 기자 hso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