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비리티 NOW] 새 출발 대한항공, 조원태 스타일 전폭적인 투자 주목

대한항공 새 CI 적용 항공기 KE703이 12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이륙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과의 통합 출범에 나서는 대한항공은 한국을 대표하는 통합 항공사임을 강조하기 위해 고유의 태극마크를 현대적 이미지로 구현한 CI(Corporate Identity)를 41년 만에 교체했다. 뉴시스

 

아시아나항공과 통합한 대한항공이 최근 41년 만에 CI(기업 이미지)를 변경하고 새로운 출발을 알렸다. 뿐만 아니라 글로벌 항공기제작사 보잉과 기단 확대 및 차세대 항공기 도입에 박차를 가하기로 했다. 하지만 경쟁기업 없는 독주체제가 되면서 소비자 피해도 우려된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최근 글로벌 항공제작사 보잉과 세계 최대 항공기 엔진 제작업체 GE에어로스페이스와 만나 협력을 강화하기로 협의했다. 항공기 공급망 문제에 대비하고 차세대 기단을 도입하기 위해서다. 3사간 협력 규모는 항공기 구매 249억달러, 예비 엔진 구매 및 엔진 정비 서비스 78억달러로 총 327억달러(47조9700만원)에 달한다.

 

◆항공기와 고급화에 아낌없는 투자

 

우수한 항공기 라인업 보유는 항공사의 본질이다. 전 세계적으로 신형기 수요가 높아지는 가운데 대한항공은 항공기 공급분을 조기에 확보해 중장기 계획을 차질없이 수행한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대한항공은 보잉사와 지난해 7월 영국 판버러 국제 에어쇼에서 맺은 양해각서(MOU) 이행을 조속히 마무리하기로 했다. 보잉 777-9 20대와 보잉 787-10 20대를 2033년까지 도입하고, 향후 비슷한 조건으로 항공기 10대를 추가 구매할 수 있는 옵션을 논의했다.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의 평균 기령은 10.7년으로 타사에 비해 젊은 축에 속하지만 과감한 투자를 꾸준히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기단 현대화로 고객들에게 보다 쾌적하고 편안한 여행 경험을 제공하는 한편, 연료 효율이 높은 기종으로 전환해 탄소 배출을 줄이고 ESG 경영 방침을 실천하는 노력을 다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또 식탁에도 신경을 썼다. 대한항공은 지난 12일부터 주요 장거리 노선 일등석에 파인 다이닝 신메뉴를 제공하고 있다. 메뉴로는 한국 고유의 재료와 조리법을 살린 문어 영양밥, 차돌박이 비빔밥, 전복덮밥, 신선로 등으로 다양화했다. 또한 일등석 식기로 프랑스 베르나르도 차이나웨어, 크리스토플 커트러리와 독일 리델 와인잔을 준비했다. 침구 역시 이탈리아 브랜드 프레떼 제품을 투입했다. 

 

관계자는 “대표 국적 항공사로서의 정체성을 표현하기 위한 기내식”이라며 “새로운 스타일의 주요리와 디저트를 도입해 섬세한 맛과 시각적 즐거움을 선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제임스 김 주한미국상공회의소 회장 등이 11일 오후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 격납고에서 열린 ‘라이징 나이트(Rising Night)' 행사에서 새 CI를 입힌 보잉 787-10 항공기 내부를 살펴보고 있다. 공항사진기자단

 

◆마일리지 통합은 여전한 숙제

 

내년 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완전 통합을 앞두면서 마일리지 통합 문제는 시급히 풀어야 할 숙제다. 이에 대한항공은 6월까지 공정거래위원회에 마일리지 전환 비율을 보고해야 한다.

 

조원태 대한항공 회장은 최근 신규 CI 공개 행사에서 “스카이패스와 아시아나클럽 마일리지 통합은 민감한 사안으로 모든 고객이 이해할 할 수 있도록 합리적 통합을 이룰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양사의 마일리지 전환 비율 산정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마일리지는 회사로서는 부채로 잡히기 때문에 대한항공 재무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 현재 외부컨설팅업체가 비율 산정에 나선 상황이며 확정 전에 있다. 다만 공정위나 국토부, 소비자 등 관심이 많은 사항으로 확정 발표 전까지는 알 수가 없다. 

 

마일리지 통합과정에서 첫 걸음으로 아시아나항공 측의 마일리지를 최대한 축소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를 위해 아시아나는 4월부터 국제노선 마일리지 전용기를 운영해 마일리지를 소진시킬 계획이다. 미주∙유럽 노선을 중심으로 기존 가격 대비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국내 항공사가 국제선 마일리지 전용기를 띄우는 것은 사상 최초다.

  

한 항공업계 전문가는 “대한항공이 통합의 첫 단추를 끼우면서 기단 라인업 확충 및 서비스 개선에 전폭적인 투자를 한 점은 고무적”이라면서도 “마일리지 통합에 이어 추후의 일이긴 하지만 항공권 금액 인상은 우려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김재원 기자 jk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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