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은행의 1분기 한국 경제 역성장 발표 이후 글로벌 투자은행(IB)와 국내 증권사들이 연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0%대로 낮췄다.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제통화기금(IMF)에 이어 전날 한국은행은 최근 두달 전 내놨던 올해 성장률 전망치 1.5%를 크게 내릴 수 밖에 없다고 인정했다. 이에 글로벌 투자은행들과 국내증권사는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0%대 중반으로 줄줄이 낮췄다.
이날 JP모건은 올해 한국의 GDP 성장률 전망치를 0.5%로 제시했다. 지난 8일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0.9%에서 0.7%로 내린데 이어 2주 만에 다시 0.2%포인트 낮춘 것이다. 박석길 JP모건 이코노미스트는 “건설 사이클 지연과 2024년 4분기와 2025년 1분기 정치적 소란으로 내수 회복이 지연됐다”며 “지난 2분기 동안 실질 수출 성장은 실망스러웠다. 관세 충격을 앞두고 예상했던 견조한 출하량이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시티그룹은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0.8%에서 0.6%로 하향 조정했다. 1%에서 0.8%로 하향 조정한 지 불과 20일 만이다. 내년 경제성장률도 기존 1.6%에서 1.3%로 수정했다. 김진욱 시티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1분기 성장률이 예상보다 낮게 나왔으며 미국 관세 정책 영향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이날 올해 연간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1%에서 0.7%로 하향 조정했다. 예상보다 부진한 1분기 성장률을 반영했다. 문다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1분기는 예상된 바닥이었지만, 그 깊이는 예상보다 깊었다”며 “탄핵 심판이 지연되며 내수 심리 회복이 제약됐고, 트럼프 관세 정책이 공격적으로 전개되며 대외 불확실성도 크게 확대됐다”고 진단했다. 이어 “2분기부터 정국 불안 완화와 함께 재정 조기 집행 및 기준금리 인하 등 정책 지원 효과가 반영되며 내수가 회복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도 “트럼프와의 협상 여지는 남아있으나 기본 관세 10%가 적용되는 가운데 자동차 등 주요 품목에 대한 관세, 미-중 갈등 격화에 따른 수출 하방 리스크는 남아있다”고 전망했다.
iM증권은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역성장 추세가 이어질 위험이 높다고 바라봤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소비·투자 사이클이 2분기 중 반등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지방 도시를 중심으로 한 미분양 물량 증가, 내수 부진에 따른 공실률 증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 해소 지연 등은 건설투자 부진을 오히려 심화시킬 수 있다. 제조업·건설업을 중심으로 한 고용절벽 현상은 소비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발표 이후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와 국내 수출경기 둔화 가능성은 2분기 성장률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하다”며 “경기 부양과 관련된 통화·재정정책의 실기도 2분기 연속 국내 성장률의 역성장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12조원 규모 추경을 준비 중이지만 2분기 집행 여부가 불투명하고 국내 성장률 수준을 고려하면 추경을 통한 경기 반등을 기대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국내적으로 선제적이고 강력한 부양정책 추진이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현정민 기자 mine04@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