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에서 금융 공약들이 잇달아 나오는 가운데 시장에선 포퓰리즘에 치우친 정책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담보인정비율(LTV) 폐지, 소상공인 부채 탕감 등의 공약이 가계부채 상승, 좀비기업 증가 등의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대선 후보자들은 청년·서민층의 표심을 겨냥한 선심성 금융정책 공약들을 속속 내놓고 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는 청년들이 주택을 소유할 때 LTV와 취득세를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홍준표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는 여기에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까지 폐지하고 부동산 정책을 시장 자율에 맡기는 방식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재명·김경수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는 민생경제 회복을 위해 소상공인·자영업자의 부채 일부를 탕감하는 방안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후보는 최근 진행한 정책대담에서 경기도지사 시절 도입한 기본금융을 다시 꺼냈다. 지난 대선 때 이 후보는 국민 누구에게나 1000만원을 연 3% 금리에 빌려주겠다고 공약을 내세운 바 있다.
그러나 금융권은 시장에서 각종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된다. 한 후보가 제시한 LTV 폐지 공약은 사실상 차주가 소득이 충분하면 자기자본 없이 모두 대출을 받아 주택을 구입할 수 있다는 걸 뜻한다. LTV 폐지로 주택 구입을 모두 대출로 해결한다고 하더라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존재해 차주의 소득·상환 능력 범위를 벗어난 대출이 어렵다. DSR 규제까지 완화한다면 차주의 상환 능력을 고려하지 않은 대출이 무분별하게 발생할 가능성이 커진다.
하지만 금융권에서는 LTV 폐지만으로도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했다. 자기자본 없이 주택 가격의 전액을 대출받는 것은 국내 가계대출 총량 증가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은행권 관계자는 “LTV 폐지는 한도를 없애 줄 테니 빚내서 집을 사라는 의미”라면서 “국내 경제의 뇌관으로 꼽히는 국내 가계대출 증가세를 자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소상공인 자영업자의 부채 탕감 공약도 차주의 도덕적 해이를 유발하고 좀비기업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김상봉 한성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어떤 채무자든 감당 가능한 수준의 대출을 받아야 하며, 대출을 감당하지 못한다면 시장 논리에 따라 퇴출하는 게 맞다”며 “무조건 자금 지원을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유은정 기자 viayou@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