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리 통증을 호소하는 사람들 중에 의외로 ‘척추 압박골절’ 진단을 받는 경우가 적지 않다. 특히 골다공증을 가진 고령층에서는 가벼운 외상만으로도 척추뼈가 찌그러지듯 주저앉는 골절이 발생한다. 문제는 대부분 단순한 근육통이나 디스크 문제로 착각해 병원을 늦게 찾는다는 것. 그 사이 척추뼈는 더 주저앉고, 통증은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만큼 심해지기 쉽다.
척추 압박골절은 외부 충격이나 골다공증으로 척추체가 아래로 찌그러지며 생기는 골절이다. 일반적인 뼈 부러짐과는 달리 뼈가 뭉개지듯 내려앉는 형태라, 통증도 허리 깊숙한 곳에서 묵직하게 지속된다. 허리를 움직이기 어렵고, 옆으로 돌아눕는 것도 힘들다. 통증이 엉덩이, 아랫배까지 퍼지는 경우도 많다. 일부는 기침만 해도 통증이 올라온다고 한다.
진단은 보통 X-레이로 시작하지만, 더 정밀하게 확인하려면 MRI가 필요하다. 단순히 뼈가 내려앉았는지뿐 아니라 신경이 눌렸는지, 인대가 손상됐는지도 봐야 하기 때문이다. 골밀도 검사도 필수다. 특히 골다공증으로 뼈가 약해졌다면 이후 추가 골절 위험도 커지기 때문이다.
초기에는 침상 안정과 약물 치료, 물리치료, 보조기 착용 같은 보존적 치료를 먼저 시도한다. 그러나 통증이 지속되거나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심하면 '척추체 성형술' 같은 시술이 필요해진다. 척추체 성형술은 국소마취 후 특수 바늘로 골절 부위에 골시멘트를 주입해 뼈를 안정화시키는 방식이다. 수술 시간이 짧고 흉터도 거의 없으며, 대부분 시술 당일 보행이 가능할 정도로 회복 속도가 빠르다.
이 시술은 특히 고령자나 내과질환이 있어 전신마취가 부담스러운 환자에게 유용하다. 다만 골시멘트가 신경 쪽으로 퍼지면 신경 자극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경험 많은 전문의에게 정확한 진단과 시술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척추 압박골절이 무서운 것은 통증 그 자체보다도 골절 이후 생길 수 있는 변형과 재골절이다. 한 번 압박골절이 생기면 척추가 앞으로 굽는 ‘후만 변형’이 생기기 쉽고, 이렇게 변형된 자세가 다시 골절을 유발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래서 시술 이후에도 꾸준한 골다공증 치료와 자세 교정, 뼈 건강 관리를 병행해야 한다.
배장호 서울바른세상병원 원장(신경외과 전문의)은 “척추 압박골절은 방치할수록 통증도 심해지고 척추 변형이 진행돼 결국 다른 부위 골절까지 유발할 수 있다”며 “보조기나 약물로 나아지지 않는다면 척추체 성형술 같은 시술을 고려해보는 것이 좋다. 무엇보다 골다공증 치료와 운동, 자세 관리가 같이 가야 재발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단순한 요통이라 넘겼던 통증이 어느 날 걸을 수 없을 정도로 심해진다면, 이미 척추가 주저앉았을지도 모른다. 늦기 전에, 허리가 보내는 신호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희원 기자 happy1@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