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뮤직비디오 등 콘텐츠 공개와 라이브 방송을 통한 실시간 소통에 그치던 K-팝 가수들의 컴백 프로모션은 점점 다채롭고 입체적으로 진화하고 있다. 팬들도 신곡 발표만을 기다리지 않는다. 팬들을 위한 체험과 참여 제공은 마케팅의 필수 공식으로 자리 잡았고, 첨간 기술까지 적용하고 있다. 나아가 글로벌을 겨냥하는 시도가 늘어나면서 K-팝이 세계 음악 시장에 또 한번 색다른 방식으로 파고들고 있다. 이젠 K-팝을 넘어 G(Global)-팝으로의 발전까지 조준하고 있다.
◆참여형 콘텐츠는 기본
최근의 K-팝 프로모션은 팝업스토어처럼 팬들이 직접 체험 가능한 참여형 콘텐츠가 핵심이다. 그룹 세븐틴·에스파·뉴진스·스트레이키즈·에이티즈 등 팝업스토어는 인기 아이돌 그룹이라면 필수로 개최하는 프로모션 수단이 됐다. 지난 2월 그룹 제로베이스원은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더현대 서울에서 보이그룹 최초로 약 1000평 규모의 팝업스토어를 열며 화제를 모았다.

단순히 굿즈만 파는 게 아니라 게임형 프로모션 등 체험 요소를 강화해 그룹의 세계관에 녹아들게 했다. 앨범 콘셉트 연장선상으로 각 공간이 꾸며진 해당 팝업은 대형 분수대가 설치된 것을 비롯해 블루 파라다이스를 찾아가는 여정을 모바일 미션 콘텐츠, 게임존, 미러존을 통해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
몇 년 사이 셀프 사진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으면서 포토부스 또한 필수다. 세븐틴은 26일 신보 발매에 앞서 대규모 오프라인 행사를 열고 역대 앨범 테마의 프레임으로 사진을 촬영할 수 있는 포토이즘 부스를 마련했다.

투모로우바이투게더는 이달 초 디지털 싱글 발매를 기념해 한국과 일본 포토이즘에 멤버별로 신규 프레임을 출시했다. 팬들은 포토부스 이벤트를 통해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돌과 찍은 사진을 포토카드처럼 간직할 수 있다. 심지어 자신은 화면에 나오지 않고 프레임만 나오도록 해 포토카드 콜렉션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첨단기술 스며든 K-팝
인공지능(AI)과 같은 첨단기술을 활용한 프로모션도 돋보인다. 인공지능 기술은 이미 팬들의 생활 패턴에 깊숙이 녹아들었다. 위버스·디어유 등 팬 소통 플랫폼에서는 AI를 통해 더 빠르고 개인화된 팬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AI는 다국어 자동 번역은 기본이고 팬들의 행동 데이터까지 분석한다. 댓글과 구매 이력 등 팬들의 콘텐츠를 분석해 특정 아티스트에 관심이 있는 팬에게 관련 콘텐츠를 우선으로 추천한다.

데뷔 20년 차 가수 지드래곤은 지난 3월 정규3집 발매를 기념해 더현대 서울에서 총 3개 층에 걸쳐 미디어 아트 전시회를 열었다. 앨범에 담은 메시지를 AI와 리얼타임 홀로그램, 가상현실(VR), 차세대 3D 솔루션인 언리얼 엔진으로 만든 그래픽 등에 담아냈다.

가상현실 기술로 구현한 퍼포먼스 스테이지, 홀로그램 스플라이싱 기술(여러 홀로그램 이미지를 하나의 화면에 결합하는 기술)로 5G 리얼타임 홀로그램 5대를 연결한 것은 물론 2㎝ 이하로 설계된 디바이스 베젤로 홀로그램 영상의 실재감을 극대화 시켜 생동감을 선사했다. 전시회에는 국내외 팬들이 몰려 열흘간 총 5만5000여명을 넘어서는 역대급 인파를 기록했다.
걸그룹 트리플에스는 대체불가능토큰(NFT)을 보유한 팬들이 투표 등을 통해 제작 전반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NFT는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해서 디지털 자산의 소유주를 증명하는 가상의 토큰이다. 팬들은 멤버의 포토카드를 뒷면에 있는 QR코드로 NFT를 얻을 수 있다.

NFT로 자체 애플리케이션에서 자체 토큰을 얻고 트리플에스의 앨범명과 타이틀곡 선정 등에 제작 전반에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다. 투표 내용은 블록체인에 기록되고, 해당 내용은 모두가 열람할 수 있다. 트리플에스는 초동 50만장을 달성하는 등 중소 기획사의 기적이라 불릴 정도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실험적인 도전이 연이어 성공하면서 첨단 기술이 업계 전반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K-팝 넘어 G-팝으로
대형 기획사들은 이제 국내 팬을 넘어 전 세계 팬들을 대상으로 프로모션을 펼친다. 해외 곳곳에 팝업스토어 오픈은 기본이고 지미팰런쇼 등 인기 토크쇼에도 아티스트가 출연하는 게 일상이 됐다. 이미 K-팝이 글로벌 시장에서 주류 장르로 자리잡고 있는 만큼 전 세계를 대상으로 펼치는 대규모 프로모션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하이브는 더 시티 프로젝트를 통해 세계 각 도시와의 폭넓은 협업으로 경제 효과를 발생시키고 있다. 더 시티는 아티스트의 콘서트 개최 전후로 도시 곳곳에 다양한 즐길 거리와 이벤트를 열어 확장된 팬 경험을 제공하는 도시형 콘서트 플레이 파크다.

2022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2주간의 더 시티는 방탄소년단 음악에 맞춰 펼쳐진 분수쇼를 비롯해 호텔·레스토랑·전시회·팝업스토어 등 도시 전체를 방탄소년단 테마로 가득 메웠다. 현지 관광청은 방탄소년단과 아미(팬덤명)의 방문을 환영하며 ‘보라해이거스(BORAHAEGAS)’라고 새겨진 보랏빛 네온사인과 조명으로 스트립(Strip) 거리 일대를 물들여 도시 전체를 방탄소년단의 도시로 탈바꿈 시켰다. 지난해에는 세븐틴이 일본 돔 투어와 병행해 역대 네 번째 더 시티를 열고 37개 현지 기업 및 단체와 협업해 120개 이상의 프로그램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