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좋은 파트너십은 각자 자신이 제일 잘하는 것을 할 때 시너지가 난다. K-패션 브랜드가 멋있는 상품을 만들면, 해외 판매에 필요한 것들은 무신사가 하겠다.”(박준모 무신사 대표)
K-패션 무신사가 해외 시장 진출을 고민하는 K-패션 브랜드의 성공을 돕기 위한 전략적 파트너로 나선다. 국내 시장에서 거둔 성장 노하우를 바탕으로 해외 사업을 위한 모든 인프라를 제공하겠다는 복안이다. 이를 통해 무신사는 5년 내 해외 거래액을 3조원으로 끌어올리겠다는 포부다.
박준모 무신사 대표는 지난 10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2025 무신사 글로벌 파트너스 데이’에 앞서 미디어 간담회를 갖고 글로벌 경쟁력과 목표를 소개했다. 박 대표가 공식석상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 대표는 “현재 전세계 패션 시장 규모는 3000조원에 달하지만, 한국 시장은 80조원 수준으로 비중이 2% 남짓”이라며 글로벌 시장이 가진 가능성에 대해 언급했다. 그러면서 “드라마와 음악, 음식, 뷰티 등 K-컬처가 해외에서 환영받는 지금이 K-패션이 해외로 진출할 수 있는 적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무신사는 지난해 매출 1조2427억원, 거래액 4조5000억원을 달성했다. 현재 유통업계에서는 국내 MZ세대는 물론 해외 관광객의 수요까지 흡수한 올리브영, 다이소, 무신사를 묶어 ‘올다무’로 부르고 있다. 특히 무신사의 거래액은 2018년 5000억원이 채 되지 않았는데 지난해 4조5000억원으로 수직 상승했다.
박 대표는 “무신사는 규모, 성장률, 사업영역 모든 측면에서 압도적인 국내 최고의 패션 브랜드 파트너”라며 “카테고리, 판매 채널, 소비자층, 사업모델 영역을 계속 확장해온 무신사는 이제 글로벌 도메인에서 성장과 성공에 집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무신사는 이날 글로벌 진출 계획을 구체화했지만, 사실 밑그림은 오래 전부터 그려왔다. 무신사가 2022년 론칭한 글로벌 스토어는 거래액이 연평균 260% 증가하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13개 국가에서 2000여개의 K-패션 브랜드를 선보이고 있으며, 4월 기준 MAU(월간 활성 사용자수)는 300만명에 이른다.
특히 일본에서는 2021년에 첫 해외 자회사인 ‘무신사 재팬’을 설립하고, 시장 확대에 매진하고 있다. 그 결과 지난해 일본 시장에서의 브랜드 사업 실적은 2021년 대비 17배 성장했다.
무신사는 입점 브랜드를 위한 지원 방안으로 ▲무신사 풀필먼트 서비스(MFS) ▲국내-글로벌 스토어 입점 연동 ▲국내-글로벌 앱 통합 등을 추진한다.
박 대표는 “무신사에 등록된 브랜드가 1만개, 이 중 K-패션 브랜드는 8000여개”라며 “브랜드들이 클릭 한두번으로 국내에서 판매 중인 상품을 해외에서도 판매될 수 있는 편의성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무신사는 글로벌 물류의 전 과정을 대행해주는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입점 브랜드가 국내에 있는 무신사 물류센터에 상품 재고를 입고하기만 하면, 국내와 해외 주문에 대응하는 물류 전 과정을 풀필먼트 서비스로 제공한다.
특히 일본 시장을 타깃으로는 물류 전진 배치 서비스를 론칭해 기존에 1주일 안팎으로 걸리던 배송 기한을 1~2일로 단축했다. 현재 일본에서 물류 전진 배치 서비스를 받고 있는 ‘마뗑킴’은 현지 풀필먼트 서비스 제공 전과 비교해 일 평균 거래액이 75%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무신사는 오는 8월부터 파트너 브랜드를 대상으로 국내 스토어와 글로벌 스토어 간의 입점 연동 시스템도 제공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현재 2000여개인 글로벌 스토어 입점 브랜드 수도 8월 이후 8000개 이상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무신사는 국내와 글로벌 앱을 통합해 현재 제공하고 있는 검색, 추천, 랭킹, 콘텐츠 등의 서비스를 해외 소비자들에게도 제공한다.
이러한 전략을 바탕으로 무신사는 올 하반기부터 글로벌 시장에서의 온·오프라인 진출을 가속화한다. 현재 글로벌 스토어가 판매하고 있는 13개 타깃 지역을 중국, 유럽을 넘어 중동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오프라인 매장도 출점할 계획이다. 올 4분기에 중국 상하이에 첫 해외 매장이 문을 열고, 내년 초에는 일본 오사카∙나고야 등에 매장을 낸다. 내년에는 싱가포르와 태국 진출도 예정돼 있다. 2030년까지 미국, 캐나다,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 등으로 영향력을 넓힐 방침이다.

박 대표는 기업공개(IPO)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글로벌 사업을 위해 물류 등 인프라 투자가 수반되기 때문에 IPO를 글로벌 확장에 중요한 투자 방식 중 하나로 보고 있다”며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무신사가 거래액 상승세 속에 지난 4월 비상경영을 선언한 배경에 대해선 “지금 당장의 문제가 아니라 앞으로 다가올 날들을 준비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화연 기자 hyle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