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패권 다지기도 본격 가동되기 시작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경제 분야 핵심 공약은 에너지 전환을 기반으로 한 산업 업그레이드다. 이를 위한 구체적 정책이 신재생에너지의 이동을 책임질 에너지 고속도로 개통, 해상풍력 등 신규 재생에너지 설비의 도입, 재생에너지 전기로 반도체와 같은 첨단 제품을 제조할 수 있는 RE100 산업단지 조성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달 중순 해당 정책들을 현 정부의 국정과제 밑그림을 그리는 국정기획위원회에 보고했다.
이후 이 대통령은 정부의 추가경정예산안(추경안) 중 경기 활성화 투자 촉진에 대한 예산 3조9000억원을 짚으면서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를, 인공지능(AI), 벤처·중소기업 모태펀드 출자와 함께 언급했다. 또 정부는 기후에너지부 신설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에너지 정책을 담당하는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에 최근 임명된 이호현 신임 차관도 부처 전산망에 올린 취임사에서 에너지 고속도로 구축, RE100 산단 조성, 에너지 신산업 창출을 강조했다. 그는 산업부 가스산업과장, 에너지정책혁신관, 전력산업정책관 등 에너지 분야 핵심 보직을 거친 뒤 최근까지 에너지 정책을 총괄하는 에너지정책실장을 맡은 인물이다.

◆에너지 고속도로 2030년 개통 “호남권서 생산 재생에너지를 수도권으로”
에너지 고속도로는 우리나라의 재생에너지 핵심 클러스터인 호남권에서 생산된 전기를 수요가 높은 수도권으로 나르는 초고압직류송전(HVDC)망을 가리킨다. 현재 국내 전체 신재생에너지 설비 용량이 38.6GW(기가와트)인데 이중 약 20%에 해당하는 7.1GW가 광주·전남 지역에 분포되어 있다.
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공약으로 2030년 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를 우선 개통하고, 이를 남해안·동해안으로 넓혀 2040년 전 국토에 U자형 에너지 고속도로가 놓이게 하겠다는 방향을 제시한 바 있다.
국정기획위원회는 에너지 고속도로를 경부고속도로에 비유하며 “1970년 경부고속도로 개통이 사람과 물류, 경제의 흐름을 바꿨듯이 에너지 고속도로는 앞으로 대한민국의 산업 지도와 에너지 흐름 그리고 지방 경제의 운명을 바꿀 중요한 인프라”라고 강조했다.
◆신규 재생에너지 발전시설 확충 必… “2030년까지 해상풍력 14GW”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재생에너지 발전 설비용량은 2030년까지 78GW, 2038년에는 121.9GW까지 확대된다. 각각 현재의 2배, 4배 수준이다. 발전량을 기준으로 하면 재생에너지 비중은 2023년 8.4%에서 2030년 18.8%, 2038년 29.2%로 높아진다.
이를 위해서는 신규 재생에너지 발전시설이 대규모로 확충되어야 한다. 대표적 재생에너지로는 태양광과 풍력이 꼽히는데, 우리나라는 해상풍력에 중점을 두고 있다. 태양광의 경우 신규 발전소 건설 용지를 마련하는 것이 녹록지 않고 국내에서 사실상 포화 상태라는 평가지만, 해상풍력은 대규모 신규 개발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2030년까지 약 14GW 규모의 해상풍력 설비를 도입을 목표로 제시했다. 지난 3월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해상풍력 특별법을 통해 정부가 주도적으로 사업을 이끌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된 상태다.
◆경기 남동부 RE100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전남 산단은 조기구축
국내 기업의 수출 경쟁력을 위해 RE100 산업단지를 조성하는 작업도 본격화 됐다. RE100은 2050년까지 기업이 사용하는 모든 전력을 재생에너지로 충당한다는 국제 캠페인이다. 이 대통령은 경기 남동부에는 RE100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하고, 사전 예고된 전남 RE100 산단은 조기에 구축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산업부는 산단 내 신재생에너지 설비 보급 확대를 유도하는 한편 대형 재생에너지 발전 사업자와 수요 기업이 가상 방식으로 전기 거래를 가능하게 하는 직접구매계약(PPA) 활성화 등 제도 활성화를 통해 기업들의 RE100 수요를 뒷받침할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해당 정책을 위해서는 수백조원에 달하는 초대형 재원의 투입이 예상된다. 서해안 에너지고속도로의 경우 약 8조원, 해상풍력의 경우 설비 도입에만 약 100조원이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2038년까지 추가로 필요한 에너지저장시스템(ESS) 설비에도 약 40조원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아질수록 재원 마련부터 이를 위한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이 높은 만큼, 정부는 국민적 공감대 확보에도 신경을 써야 하는 상황이다.
박재림 기자 jami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