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발달지연·발달장애 아동의 조기진단과 치료의 공적 보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또한 의료자문 등을 이유로 실손보험 지급을 거절하는 분쟁이 발생해 이와 관련된 명확한 지급 기준 등이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3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발달지연·발달장애 아동 치료비 보장체계 개선을 위한 토론회’에 발제자로 나온 최은희 건강보험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발달지연·장애아동의 조기개입 한계점은 크게 세 가지로 영유아 건강검진, 중재치료, 정밀평가에 대한 지원 및 연계가 부족하다고 짚었다.
최 부연구위원은 “영유아 건강검진은 제한된 상담 시간으로 인해 보호자·의료진 간 상호 작용이 부족하고, 이미 발달지연 치료를 하는 아이들은 선별검사의 효율성이 제한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치료에 많은 비용이 부담되고, 이로 인해 치료의 연속성·모니터링이 안 된다는 점도 지적했다. 올해 기준 발달지연 바우처로 1672억원(장애아 10만명 대상)의 예산이 들어가지만 실제로 이 예산이 효율적으로 사용되고 있는가에 대해 따져봤을 때 관리가 전혀 안 되고 누가 어떤 치료를 받고 있는지 현황도 모르고 있다는 게 최 부연구위원의 설명이다.
또 최 부연구위원은 “정신적 발달이 지연된 아동의 정밀평가 시기, 기관 등의 연계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가를 봤을 때,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발달지연 아동은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 치료해야 하는데 현재 정밀평가는 지역과 의료기관 간 연계가 되지 않아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내용이다.
발달지연 아동 치료는 조기개입이 핵심이라며 조기발견과 적기 집중 서비스가 중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날 또다른 발제자인 강정배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사무총장은 “저출생 시대에도 불구하고 발달지연 아동은 계속 증가하고 있으며 실손보험과 치료비 부담, 공적지원의 한계 등 문제점이 있다”며 “12세까지 건강보험의 급여화와 현재 정부가 지원하는 바우처를 대폭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 지원이 부족한 상황에서 보험사의 보험금 지급 거부로 부모와 가족들은 (발달지연 아동의) 적기 치료를 포기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치료의 골든타임을 놓치면 안된다면서 “12세까지 집중적으로 치료해야 장기적 발달 궤적에 가장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6세까지 뇌 가소성이 높아 이때 집중치료하면 발달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또 치료비에 대한 부담을 낮추기 위해 공적 지원 체계를 마련하고, 실손보험의 지급 거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강 사무총장은 “발달지연 아동의 치료는 기관별로 차이는 있지만 평균 10만~12만원의 치료비(1회당 40분 기준)가 들고 이를 주 4~6회로 계산하면 200만∼400만원이 필요하다”며 “건강보험 급여의 부재, 바우처 지원의 현실성 부족, 실손보험의 복잡한 이용료 등의 문제점을 개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이비인후과, 성형외과 등에서도 발달센터를 운영하고, 발달치료와 무관한 민간자격증 보유자의 의료행위 참여 등이 시장을 왜곡해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발달지연 아동은 특정 질환 또는 장애를 지칭하는 게 아닌 운동, 언어, 인지, 정서, 사회성 영역에서 해당 연령의 정상 기대치보다 25% 뒤처진 상태를 의미한다.
지난 5월 보건복지부 발표에 따르면 국내 18세 미만 아동 인구는 687만 6330명으로 2011년 대비 30.7% 감소했으나 발달장애 아동은 9만 70명으로 15.2% 증가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발달지연 진료 아동 수는 2018년 6만 4085명에서 2022년 12만 6183명으로 5년 만에 두 배가량 늘었다.
이날 토론회는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박주민·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의 공동주최로 열렸다.
지난해 신 의원은 발달지연 아동 실손보험금 부지급(지급거절) 실태를 지적한 바 있다. 신 의원은 “보험금 지급에 대해 보험사와 소비자간 이견이 있는 경우, 이를 조정하기 위해 의료자문과 동시자문 절차가 마련돼 있지만 실제로는 그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 의원은 “이번 토론회를 통해 제기된 문제점과 대안을 바탕으로 발달지연·장애 아동과 가족이 제도 밖에서 고통받지 않도록 실효성 있는 법·제도 개선을 위해 국회 차원의 역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주희 기자 jh224@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