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S광장] 댕댕이와 K리그 ‘직관’… 기회 더 늘었으면

지난해 제주SK의 펫존 행사를 앞두고 홍보사진을 찍은 소속 선수 안태현과 반려견 복자. 안태현은 “반려인 입장에서 너무 반가운 행사였다”며 “내가 뛰고 있는 팀에서 이런 이벤트를 K리그 최초로 열었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제주SK 제공

 

 최근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공개한 한국반려동물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반려동물을 기르는 한국인은 1546만 명으로, 총 인구의 29.9%에 이른다. 반려동물을 둔 가구(591만 가구)가 전체 가구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6.7%로 집계됐다. 네 집 중 하나는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셈이다.

 

 동반 출입이 가능한 공간도 늘고 있다. 지난 4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식품위생법 시행규칙의 일부 개정안을 입법 예고하면서 이르면 올해 하반기 중으로 반려견과 반려묘의 일반음식점, 휴게음식점, 제과점 출입이 공식적으로 허용된다. 또 제주 서귀포시에서 천지연 폭포를 반려견에게 개방(6~7월 시범사업)하는 등 전국 주요 관광지들도 빗장을 풀고 있다.

 

 그러나 프로 스포츠의 벽은 여전히 높다. 국내 4대 스포츠로 불리는 야구, 축구, 농구, 배구 중에서는 야구가 그나마 기회가 열려있다. SSG랜더스가 2022년부터 매년 1~2회씩 도그데이를 개최해 반려가족을 초대하고 있다. 농구와 배구는 실내 스포츠라 반려동물 동반 출입이 조금 더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2023년 KBL 소노 스카이워커스가 반려견 동반석을 계획했으나 고양시 시설관리공단과 협의에 이르지 못해 무산된 적이 있다.

 

 야구와 마찬가지로 실외 스포츠인 프로축구는 어떨까. K리그 42년 역사에 딱 한 번 반려견 동반 좌석이 운영된 적이 있다. 지난해 9월14일 제주SK가 대구FC전 홈경기에서 멍멍데이 펫존을 운영하며 86마리 반려인들이 반려견과 함께 직관의 묘미를 즐겼다.

 

지난해 K리그 역사상 최초의 반려견 동반 좌석이 운영된 제주-대구전에서 강아지 입장 관중 수가 전광판에 나오고 있다. 제주SK 제공

 

 K리그 안전가이드라인 제13조 4항 반입금지물에 반려동물이 포함됐지만, 제주 구단의 규정 완화 요청을 프로축구연맹이 승인하면서 이뤄진 특별한 풍경이었다. 지정좌석제로 운영된 펫존은 일반 관람석과 거리를 두며 혹시 모를 안전사고를 예방했고 현장 연맹 관계자의 긍정적 평가 속에 성공적으로 마무리 됐다.

 

 다만 그 뒤로는 반려견의 K리그 직관 기회가 다시 막혔다. 3일 연맹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제주SK 이후 반려견 출입을 위해 규정 완화를 요청한 구단은 없었다. 같은 날 제주 구단 관계자도 “펫존을 또 운영해달라는 팬들의 요청이 종종 들어온다”면서도 “당장은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반려인 팬들은 아쉽다. K리그1 수원FC팬이자 시바견 하루&심바의 보호자인 엄진호 씨는 “강아지들끼리만 둘 수 없어서 매주 축구장에 같이 간다. 그러나 함께 입장할 수 없으니 경기 전후로 경기장 외부를 산책하는 것에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축구팬이자 반려인 엄진호 씨가 K리그 및 국가대표 A매치가 열린 경기장 외부에서 시바견 하루&심바와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엄진호 씨 제공

 

 올 시즌만 해도 홈경기와 원정경기가 열린 전국의 축구장을 반려견들과 함께 찾았다는 그는 “경기가 열리는 동안에는 침대처럼 꾸민 차량 뒷자리에서 강아지들이 쉴 수 있도록 한다. 수시로 차에 가서 확인을 하지만 아무래도 같이 있는 것보다는 마음이 불안하다. 관중석에서 같이 볼 수 있으면 좋을 텐데…”라며 아쉬워했다.

 

 그래도 완전히 문이 닫힌 건 아니다. 연맹 관계자는 “구단의 다양한 마케팅 중 하나로 반려견 동반 출입은 좋은 시도라고 본다”며 “반려견 펜션, 반려견 동반 식당 등 강아지와 함께할 수 있는 여가 활동이 늘어나는 시대인 만큼 K리그 동반 직관도 반려가족에겐 좋은 추억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구단의 요청이 있다면 긍정적 검토를 할 수 있다는 의미다.

 

 제주 구단 관계자 역시 “당장의 계획이 없을 뿐 펫존을 운영한 경험과 노하우가 있기 때문에 언제라도 준비가 가능하다”고 여지를 뒀다. 지난해 제주SK의 펫존을 찾은 반려인 중에는 제주가 아닌 다른 팀의 팬은 물론 K리그 직관 자체가 처음인 사람들도 꽤 있었다는 게 구단 관계자의 전언이다. 펫존이 신규팬 유입에도 도움이 된다는 얘기다. 최근 2시즌 연속 유료 관중 300만 명을 돌파하며 인기몰이 중인 K리그가 반려동물 효과도 더 자주 누릴 수 있다면 좋지 않을까.

 

 

박재림 기자 jam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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