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중은행들이 비대면 채널을 통한 대출상품 판매에 속속 나서면서 가계대출 증가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정부가 고강도 6·27 가계부채 대책을 발표한 이후 가계대출 증가세가 추춤하는 모습이지만 은행들의 비대면 접수 재개가 가계대출 증가세의 변곡점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 3일 기준 755조1331억원으로 지난달 말 대비 2983억원 증가했다. 영업일 기준으로 하루 평균 994억원가량 빌려간 것이다.

부동산 시장 과열로 지난달 영업일 기준 하루 평균 3554억5000만원씩 대출이 늘어나던 것과 비교하면 증가폭이 72%(2561억원) 가량 둔화됐다. 지난달 5대 은행의 가계대출은 총 6조7536억원 늘어나 올 들어 가장 큰 폭이자, 지난해 8월(9조6259억원) 이후 10개월 만에 가장 큰 증가폭을 보인 바 있다.
지난달 초 하루 평균 2000억원씩 나가던 대출액은 규제 직전 막바지에 다다르면서 하루 평균 4000억원씩 불어나기도 했다. 정부가 가계대출 급증세에 제동을 걸기 위해 기습적으로 대출 규제를 발표한 지난달 27일부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하루 전날인 30일까지 늘어난 대출액만 총 1조8400억원에 달했다.

그러나 이번 주부터 은행들의 비대면 대출 창구가 재개되면 가계대출 수요가 다시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된다. 지난달 27일부터 비대면 창구를 닫았던 은행들은 순차적으로 대출 창구 빗장을 열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은행들의 비대면 접수 재개가 가계대출 증가세의 변곡점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KB국민은행은 지난 1일 신용대출 접수를 재개했고 우리은행은 7일 비대면 신용대출 접수를 시작으로 주담대 창구를 개시할 예정이다. 신한은행은 비대면 신용대출을 열어둔 상태고, 주담대 접수도 받을 예정이다. 하나은행은 이달 중 비대면 주담대를 시작하고, NH농협은행은 먼저 신용대출을 개시한 이후 순차적으로 비대면 대출 접수를 재개할 계획이다.
정부의 6·27 가계대출 관리 방안과 스트레스 DSR 3단계 등 이중 규제에 따른 본격적인 효과는 8월 이후부터 나타날 전망이다. 주담대의 경우 은행 신청부터 집행까지 1~2개월의 시차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스트레스 DSR 2단계 규제가 시행된 9월에도 가계대출이 5조원대의 증가세를 보이다, 10월에서야 1조원대로 뚝 떨어진 바 있다.
정부는 고강도 가계대출 규제를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금융위원회 등 관계기관은 지난 3일 가계부채 점검회의를 개최해 가계부채 관리 강화 이행 상황을 점검했다. 관계기관은 앞으로 매주 가계부채 점검 회의를 열고 창구 동향과 대출 추이 등을 살펴볼 예정이다. 한국은행 역시 올해 3분기 말까지 가계대출 급증세가 지속될 수 있다며 7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 추가 인하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상황이다.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 3일 최근 발표된 고강도 대출 규제를 두고 맛보기라고 평가하면서 추가 대책 나올 가능성을 내비쳤다. 규제지역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추가 강화, 전세대출·정책대출 등에도 DSR 적용 대상 확대 등이 추가 규제 카드로 지목된다.
유은정 기자 viayou@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