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경제 저성장의 늪…“올해 사상 처음 1%대로 하락” 경고

- OECD, 추정치 2.0%에서 1.9%로 하향
- 2011년 3.8% 이후 14년 연속 하락세
- 한은 "과감한 구조개혁 이뤄져야" 조언

지난달 27일 서울 중구 명동 거리 내 한 매장에 영업종료 안내문이 붙어 있다. 뉴시스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이 올해 사상 처음 2% 아래로 떨어질 수 있다는 해외 기관 분석이 나왔다. 한국 경제의 성장 엔진이 너무 빨리 식고 있다는 지적이다. 

 

7일 한국은행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양부남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한국 포함 주요국 연도별 국내 총생산(GDP)갭 현황 자료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달 발표한 최신 보고서에서 우리나라의 올해 잠재성장률을 1.9%로 추정했다. 이는 지난해 12월 분석 당시 2.0%보다 0.1%포인트 떨어진 것이다. OECD의 한국 잠재성장률 추정치가 2%를 밑돈 것은 2001년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잠재성장률은 한 나라의 경제가 인플레이션을 유발하지 않는 범위에서 장기적으로 달성할 수 있는 최대 성장률을 의미한다. 노동, 자본, 생산성 등 주요 생산 요소가 최적으로 활용될 때 가능한 성장률을 뜻한다. 

 

OECD 보고서에서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2011년 3.8%를 기록한 이후 14년 동안 지속적으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2022∼2024년 3년간 2.2% 수준을 유지했지만 올해 0.3%포인트나 급락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주요 7개국(G7)의 올해 잠재성장률은 미국(2.1%), 캐나다(1.7%), 이탈리아(1.3%), 영국(1.2%), 프랑스(1.0%), 독일(0.5%), 일본(0.2%) 등 순이었다. 우리나라는 지난 2021년 미국에 처음 뒤처진 이후 5년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2021년 당시 잠재성장률은 미국 2.4%, 한국 2.3%로 격차가 0.1%포인트였지만 올해 0.2%포인트로 더 벌어졌다. 같은 기간 캐나다(1.5→1.7%), 이탈리아(1.0→1.3%), 영국(0.9→1.2%)은 잠재성장률이 반등하고 있어 이런 추세대로라면 우리나라가 이들 국가에 역전 당할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2일 유럽중앙은행(ECB) 포럼 정책토론 과정에서 “10년 전만해도 우리(한국)의 잠재 성장률은 약 3%였지만, 지금은 2%를 꽤 밑돌고 있다”고 말했다. 2000년대 초반에는 5% 안팎에 달했다가 2010년대 연평균 3% 초중반, 2016∼2020년 2% 중반으로 내려왔다. OECD의 잠재성장률 하향 조정은 인구 감소, 생산성 하락 등 장기·구조적 요인뿐 아니라 최근 한국 경제 상황에 관한 부정적 시각이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도 있다.

 

한은은 지난달 10일 ‘우리 경제의 빠른 기초체력 저하,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 보고서에서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이 최근 30년간(1994∼2024년) 6%포인트나 떨어져 다른 나라와 비교해 하락 속도가 매우 빠르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기업 투자환경 개선이나 혁신기업 육성을 통한 생산성 향상, 출산율 제고, 외국인력 활용 등을 통해 생산가능인구 감소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면 잠재성장률 하락세를 완화하거나 전환할 수 있다”며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과감한 구조개혁으로 기초체력을 다시 다져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새 정부도 잠재성장률 회복을 핵심 국정 과제로 설정하고 여러가지 대책을 수립·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미 대선 과정에서 정책공약집을 통해 ‘잠재성장률 3% 진입’을 목표로 내세운 바 있다.

 

현정민 기자 mine04@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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