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조숙증, 남아도 주의… “조기 발견 및 치료가 관건”

최근 성조숙증으로 병원을 찾는 아이들이 빠르게 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올해 7월까지 성조숙증 진단을 받은 환자 수는 약 19만 명에 달하며, 매년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과거에는 주로 여아에게서 많이 나타났지만, 최근에는 남아의 비율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성조숙증은 사춘기 징후가 일반적인 시기보다 이르게 나타나는 질환이다. 여아는 8세 이전에 가슴이 발달하거나, 남아는 9세 이전에 고환이 커지고 음모가 생기는 등의 변화가 있을 경우 성조숙증을 의심해볼 수 있다. 처음엔 키가 빨리 크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골성숙이 빨라져 성장판이 일찍 닫히면 결국 성인 키는 작아질 수밖에 없다.

 

문제는 성장뿐만이 아니다. 신체 변화가 또래보다 빨리 나타나면 아이 스스로도 당황하고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다. 친구들과의 이질감이나 외모에 대한 고민이 정서 발달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신체적, 정신적 측면에서 모두 주의가 필요하다.

성조숙증의 원인으로는 서구화된 식습관, 소아 비만, 환경 호르몬 노출 등이 꼽힌다. 인스턴트 음식 섭취가 많거나, 활동량이 부족해 비만이 된 경우 발병 위험이 높아진다. 최근에는 남아의 비율도 늘면서 성조숙증이 더 이상 여아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인식도 확산되고 있다.

 

성조숙증은 무엇보다 조기 진단과 치료가 중요하다. 병력 확인, 신체 진찰, 골연령 측정, 성호르몬 검사 등을 통해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으며, 성조숙증으로 확인되면 성호르몬 분비를 억제하는 주사 치료로 대응할 수 있다. 치료 시기를 놓치면 성장판이 닫히는 속도를 늦추기 어려워지므로 빠른 개입이 필요하다.

 

서정열 대구 제일에스의원 원장은 “성조숙증은 무엇보다 조기 진단이 중요하다. 아이의 성장 그래프나 2차 성징 여부를 정기적으로 살펴보면서 이상 징후를 조기에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특히 여아의 경우 초경 시기가 빨라지면 골성숙도 그만큼 빨라져 최종 키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미리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성조숙증 치료의 목적은 사춘기 시기를 또래와 맞추고, 최종 키 손실을 줄이며 정서적인 부담도 덜어주는 데 있다. 아이의 성장과 발달을 제대로 지켜주기 위해서는 부모의 꾸준한 관심과 빠른 판단이 필요하다. 사소한 변화라도 놓치지 말고, 조금이라도 이상하다고 느껴진다면 전문의의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성조숙증은 늦기 전에 발견하면 치료할 수 있다. 아이가 또래 친구들과 비슷한 속도로 건강하게 성장하고, 자신감을 잃지 않도록 돕기 위해 조기 검사와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성장기 아이를 둔 가정이라면 성조숙증에 대한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정희원 기자 happy1@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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