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계 인구절벽 해법] 정년 연장, 청년 고용과 어떤 관계일까

 26일 서울 강서구 마곡 서울창업허브엠플러스에서 열린 2025 강서구 취업박람회에서 구직자들이 참여기업채용정보 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뉴시스

 

정년 연장이 사회적 논의로 부상하면서 고령자 고용 확대가 청년층 일자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둘러싼 쟁점도 함께 부각되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장년층의 정년이 연장될수록 청년층의 고용 기회가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반면 해외 연구에서는 두 계층 간 노동시장 관계가 대체적이지 않아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상반된 분석이 나오고 있다.

 

◆고령층·청년층 노동력은 상호 보완적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고령자 고용 확대가 청년 및 중장년층 고용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 고령자 고용의 증가는 오히려 청년과 중장년층 고용에 긍정적인 효과를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에 따르면 고령자 고용이 1명 증가할 때 청년층(15~44세)은 0.61명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고령자 고용이 단순히 청년 일자리를 대체하는 구조가 아니라 전반적인 고용 수요 확대와 연계된 결과라는 설명이다.

 

프랑스 경제학자 그룹 ‘르 세르클 드 에코노미스테(Le Cercle des économistes)’는 중장년층과 청년층 간 고용 관계에 대해 보완해주는 특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연구진은 고령 근로자와 청년 근로자가 수행하는 업무가 서로 다른 성격을 지니며, 조직 내 협업 구조를 통해 노동 생산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의 전미경제연구소(NBER)의 실증 연구에서는 고령자의 노동 참여율 증가가 청년 고용에 유의미한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연구는 장기간에 걸쳐 고용 자료를 분석했으며, 동일 산업 내에서도 직무 성격에 따라 세대 간 분화가 자연스럽게 이뤄진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OECD 국가들을 대상으로 한 다수의 비교 연구에서도 유사한 경향이 나타났다. 청년과 노인층의 고용률은 통계상 일정 수준의 동반 상승 흐름을 보였고, 특정 연령대 고용 확대가 곧 다른 세대의 고용 감소로 이어진다는 직접적인 인과관계는 입증되지 않았다.

 

◆청년층 일자리 영향 받는다는 입장도 있어

 

반면 다소 혼재된 결과도 있다. 서울대학교 김대일 교수 연구팀은 2023년 발표한 논문에서, 정년 60세 연장 제도가 도입된 이후, 청년층(23~27세)의 전일제 일자리가 평균 6% 감소했다고 밝혔다. 상용직(정규직) 기준으로도 약 4.5%가 줄어들었다는 분석이다.

 

특히 이 연구는 정년 연장이 모든 연령층에 고르게 영향을 미친 것이 아니라, 특정 연령대의 청년층 고용에 집중적인 타격을 주었다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정년이 연장되면 기존 정규직의 자리가 유지되기 때문에 기업이 신규 인력을 채용하는 데 소극적이 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는 60세 미만 고령자 1명을 더 고용할 경우, 청년 전일제 일자리는 0.29명에서 최대 1.14명까지 줄어드는 것으로 추정됐다. 이는 고령자의 노동시장 잔류가 청년층의 진입을 일정 부분 가로막는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수치로 보여준 셈이다.

 

◆보완 정책 필요성은 공통 과제

 

전문가들은 정년 연장 자체보다는 이후 노동시장 재설계 여부가 청년 고용에 미치는 영향을 가를 수 있다고 본다. 고령층에 특화된 재교육, 청년층 대상 직무 연계 인턴십, 기업의 다세대 채용 유도 정책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다수 제기된다.

 

OECD 및 국제노동기구(ILO)는 고령층 고용 지속 정책을 도입한 국가에서 청년 고용 확대가 함께 이뤄지기 위해서는 직무 유형별 세분화와 세대 간 역할 분담을 명확히 하는 시스템이 병행돼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한 업계 전문가는 “정년 연장과 청년 고용의 관계는 단순한 대체 논리로 설명되기 어려운 구조적 성격을 가진다”며 “해외 주요국의 사례와 국내 실태는 고용 구조, 산업 특성, 정책 설계에 따라 상이한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다양한 계층의 고용 실태를 면밀히 분석하고 세대 간 균형 있는 접근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재원 기자 jk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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