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관세협정 남은 과제는] 각종 이슈 정상회담서 어떻게 풀까

부산 남구 신선대부두 야적장에 수출입 컨테이너가 쌓여 있다. 뉴시스

 

이달 말로 예정된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미정상회담에서  ‘동맹 현대화’의 방향성과 관련해 원칙적 합의에 집중하고 주한미군 조정 등 세부 사안은 실무회담으로 이관하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외교·안보뿐 아니라 통상까지 민감한 의제를 포괄할 전망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세부 협상은 실무진에 맡기고 정상회담에서는 큰 틀의 합의에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6일 외교 관계자에 따르면 정부는 이번 회담에서 미래형 포괄적 전략동맹 강화에 대한 공감대를 도출하되 구체적 이행방안은 이후 외교·국방장관이 참여하는 2+2 회의체 등을 통해 협의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이 훈련에 참가한 해병대 장병들을 격려하며 K-9 자주포 앞에서 기념촬영 하고 있다. 사진=주한미군사 페이스북

 

◆방위비 분담 및 펀드 조성 등…굵직한 과제

 

동맹 현대화는 주한미군의 전략적 역할 변화,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한국의 국방비 증액 문제 등을 포함하는 포괄적 개념이다. 하지만 외교당국은 아직 실무 협의가 초기 단계라는 점을 감안해, 정상회담에서의 구체적 언급은 제한할 방침이다.

 

한 외교 소식통은 “동맹 현대화는 방대한 의제를 포함하며, 미국의 새로운 국방전략이나 병력 재배치 검토와도 연결되는 사안”이라며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동맹 현대화와 관련한 또 다른 핵심 사안은 한국의 국방비 증액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GDP의 5%를 국방비로 지출할 것을 요구한 바 있으며, 이 기조는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 동맹국에도 적용되고 있다.

 

최석영 법무법인 광장 고문(전 제네바무역대표부 대사)은 “한국뿐만 아니라 일본, 유럽연합(EU)도 협상 내용의 모호성을 갖고 있다”며 “추후 문안 협상할 때 본격적인 쟁점이 드러날 수 있어 후속 협상을 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최 고문은 “정부가 명확한 원칙과 기준을 갖고 대응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2006년 체결된 ‘주한미군 전략적 유연성’ 합의에 따라, 주한미군의 동북아 개입은 한국 국민의 의사에 반하지 않는다는 원칙이 여전히 유효하다. 그럼에도 미중 전략 경쟁이 고조된 현 시점에서는 역할 재조정 요구를 해온다면 원칙과 기준을 갖고 굳건히 지켜야 한다는 조언이다.

 

◆통상, 이제부터 진짜 중요한 건 ‘디테일’

 

정상회담에서는 최근 합의된 통상협상의 투자·수익 구조 명확화, 비관세 장벽 해소 등 경제 협력안도 논의될 예정이다. 또한 관세 협상과 관련해 세부 내용을 조율해야하는 과정이 기다리고 있는 만큼 향후 협상에서 치밀한 계획을 통해 한국의 실익을 적극적으로 확보해야 한다.

 

조성대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 실장은 “한미 FTA가 있는 상황에서 (앞서 관세 회담은)아쉬움이 없지는 않지만 코너에 몰린 처지에서 결과만 놓고 보면 그렇게 나쁜 성과는 아니라고 본다”며 “업계가 정부에 요구했던 것은 최소한 경쟁국보다 불리하지 않은 조건이었다. 이 부분은 충족됐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정부는 이번 회담을 계기로 기존의 군사·안보 중심의 양자동맹을 넘어서, 외교·안보·경제를 포괄하는 전략적 파트너십으로의 전환을 모색하고 있다. 이는 역내 안보 재편과 미중 간 전략 균형 속에서 한국이 얻을 것은 얻어내고 잃어버릴 것을 최소화 해야 한다는 것이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향후 세부 협상 과정에서 득실이 갈릴 수 있기 때문에 전략적인 접근이 요구된다”며 “앞서 이뤄진 합의는 국가간 행정협정으로 유동성이 크고 법적구속력이 약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재 EU(유럽연합)이나 일본 등 앞선 관세협상 타결 국가들도 세부 협상을 이제 시작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우리 정부도 이들 국가와 보조를 맞추면서 공동 대응에 나서야 한다. 더구나 문서로 합의된 사항이 전무하다시피 한 점에서 향후 더욱 신중하면서도 전략적인 접근이 절실히 요구되는 상황이다. 


김재원 기자 jk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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