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바, 트럼프와 조우 앞둔 李대통령에게 관세협상 경험 공유

이재명 대통령(왼쪽)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23일 일본 도쿄 총리 관저에서 한일 소인수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뉴시스

 우리 정부가 한미 정상회담을 앞둔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이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의 비공개 회담에서 ‘대미 관세협상’ 경험을 공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위성락 대통령실 안보실장은 24일 일본 도쿄에 마련된 프레스센터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방미를 앞두고 한미, 미일 관계 및 한미일간 협력 방향 등에 대해서도 전략적으로 소통했다”며 “두 분(정상)간 소인수회담 대화에서는 상당한 시간이 대미 관계, 관세협상 등에 할애됐다”고 전했다. 

 

 이시바 총리는 방미를 앞둔 이 대통령에게 과거 트럼프 대통령과의 협상 내용을 일부 전하며 노하우를 공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위 실장은 “이시바 총리가 (미일정상회담에 대한) 경험이나 그동안 느낀 점을 우리에게 도움말 형태로 얘기하는 방식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마침 한국이 오늘 미국을 향해 떠나기 때문에 많은 참고가 됐다고 생각한다. 일본 측에는 감사하는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위 실장은 “앞서 밝혔듯 한미정상회담에서는 양국의 경제통상 분야를 어떻게 안정화하느냐, 한미동맹을 어떻게 현대화하느냐, 어떻게 새로운 협력의 영역을 개척하느냐 등 3가지가 주요 논의 주제”라며 이 과정에서 한일정상회담에서 나눈 대화가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의견을 피력했다.

 

 오는 26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조선 협력, 대미 투자, 원전 협력 등 양국 간 산업 협력 방안이 주요 의제로 다뤄질 전망이다.

 

 앞서 대통령실은 한미 정상이 이번 정상회담에서 관세협상 결과를 바탕으로 반도체, 배터리, 조선업 등 제조업 분야를 포함한 경제 협력과 첨단기술, 핵심 광물 등 경제안보 파트너십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을 협의할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한미는 지난달 31일 타결한 관세협상을 통해 미국이 예고한 대한국 상호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고, 자동차에 부과 중인 25%의 품목 관세를 15%로 조정하는 등의 내용에 합의했다. 당시 한국은 경쟁국인 일본과 유럽연합(EU)과 같은 수준인 15%로 상호관세를 내리기 위해 미국에 총 3500억 달러(약 484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 패키지 등을 약속했다.

 

 양국은 대미 투자와 관련해 큰 틀의 합의만 이뤘을 뿐 구체적 실행 방안까지 합의한 상태는 아니다. 이에 이번 정상회담에서 투자 분야와 시기, 방법에 대한 구체적 계획이 발표될지 주목된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여한구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은 한미 정상회담을 사흘 앞둔 23일 미국 측과 정상회담 의제 사전 조율을 위해 미국에 도착했다. 이들은 먼저 워싱턴DC에서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부 장관 등을 만나 통상 관련 의제를 논의했다.

 

 특히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미원자력협정 개정 논의 개시를 공식화하는 방안을 조율 중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번 회담을 계기로 원자력 협정 개정에 대한 논의와 연구를 시작할 것이라고 발표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원자력협정 개정을 위한 논의 및 연구를 개시한다는 내용이 한미정상회담 결과 발표문에 포함되거나 양국 정상의 언급을 통해 확인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한미 원자력협정은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양국 간 협력 범위와 권리·의무 등을 규정한 것이다. 2015년 41년 만에 개정된 현행 협정은 2035년까지 유효하기에 시한 만료 임박에 따른 개정 협상의 시기는 아니지만 한국 정부가 주도적으로 개정에 의지를 보여왔다. 한국 측이 원하는 협정 개정 방향은 결국 우라늄 농축과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 역량 확보를 통해 핵연료 주기를 완성하는 것이다. 현재 한미 원자력협정에 따라 한국은 미국 동의를 얻어야만 20% 미만으로 우라늄을 농축할 수 있으며,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는 하지 않게끔 돼 있다. 다만 핵무기로 전용이 불가능한 재활용 기술(파이로프로세싱) 연구는 일부 허용된다.

 

이정인 기자 lji201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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