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에서 제조업을 유지하기에는 너무 가혹한 환경이 되어가고 있다. 이는 중소기업 사장님과 직원들 그리고 한국사람이라면 대부분 알고 있다. 지속되는 고환율과 인건비 증가, 중소제조업체의 인력난 등으로 대변되는 국내 환경에 더해 중국 제조업체들의 예상보다 좋은 품질과 낮은 단가에 경쟁의욕을 상실해 갈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 그러다 보니 최근에는 제조업 등 회사를 매각하고자 하는 문의가 상당하다. 더 이상 스트레스 받으면서 회사를 운영해 봐야 남는 것은 아픈 몸과 다친 마음뿐이라는 생각을 가지는 경영자들도 많은 듯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용감하게 제조업체를 승계 받겠다고 멀쩡한 본인의 커리어를 다 팽개치고 아버지의 회사로 들어온 이들이 있다. 회사 내부에서는 금수저니 낙하산이니 수근대고, 아버지와 그의 가신들은 본인을 애송이 취급하더라도 고군분투하다가 여러 좌절과 시련을 맛보기도 한다. 물론 이들은 상대적으로 어린 나이에 많은 자산을 확보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래서 많은 이들의 시기와 질투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제조업의 특성상 출근 후 작업 점퍼로 갈아입고 좌충우돌하며 고통받는 모습을 보면 쉽지 않은 길이라 생각되기도 한다.
여기까지 이야기가 나오면 세상에서 가장 매정한 문장을 떠올리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누가 그 길을 선택하라고 협박했느냐는 취지의 문장인데 개인적으로 참으로 각박한 문장이라 차마 여기에 정확히 옮기지는 못함을 이해해줬으면 좋겠다. 그런데 그들이 금수저든 낙하산이든 상관없이 국가 경제 차원에서는 고용을 창출하거나 유지하고 제조업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투자를 지속할 사람임은 분명하다.
그런데 제조업을 이어 나가겠다는 이들이 난관에 봉착하는 부분이 있으니 가업승계세제가 그 부분이다. 가업승계세제는 상속시에는 주식가치 600억원까지 상속세가 없고 증여시에는 120억원까지는 10%, 600억원까지는 20%의 저율로 과세하는 세제혜택이 매우 큰 제도다. 그 제도의 큰 틀은 몇몇 불편러들의 생각을 제외하고는 승계 받는 사람에게 이보다 훌륭할 수는 없다. 다만 현재 중소 제조업의 생존을 위한 변화와는 맞지 않는 미시적인 부분이 두 가지 정도가 있다.
먼저 업종 다변화를 통해 생존을 모색하는 경우 발생하는 문제점이다. 현재 세법에서는 기업의 업종을 판단할 때 매출액이 큰 것을 주된 업종으로 보고 해당 업종을 계속 유지하는가를 살피고 있다. 그런데 제조업을 하다 보면 도소매업에 매력을 느끼거나 매출구조를 제품 판매가 아닌 제품 렌탈로 변경할 수도 있다.
이 경우 제조 외 매출이 증가해 업종이 갑자기 변경되는 경우가 있고 사업의 포트폴리오 차원에서 다른 업종간 매출 비중을 유사하게 가져가는 경우도 있다. 심한 경우에는 세법상 주된 업종이 매년 변경되는 기업도 실제 존재한다. 여기에 대해 현재 국세청과 기획재정부 세제실의 유권해석을 살펴보면 업종 변경시 업력이 중단되는 것으로 보고 있어 가업승계세제 적용 자체가 불가하다. 가업이라고 해서 항상 같은 방식으로만 경영을 유지하도록 의도한 법과 해석은 아닐 것인데 실제로 현장에서는 그러한 방향으로 작용하고 있으므로 이는 개선의 여지가 충분하다고 본다.
또 하나는 고부가가치인 연구개발 등 핵심 역량에 집중하고 제조를 외주화 하면서 발생하는 문제이다. 가업승계세제는 주된 업종을 10년 이상 계속 유지하고 승계 이후에도 5년 동안 업종을 유지해야 가업으로 인정받는다. 그런데 최근 국내 제조환경이 녹록치 않아서 국내 모기업은 연구개발 등 핵심역량에 집중하고 제조시설은 해외 현지에서 외주화 하는 경우가 많다. 현재 세법은 제조를 전부 외주를 주더라도 국내 제조사에 외주를 주는 경우에는 해당 제조물에 대한 기획 및 사후 책임까지 본인이 부담하면 제조업으로 인정해 주는데 반해 국외 제조사에 외주를 주는 경우에는 이를 제조업으로 보지 않고 있다.
그러므로 국내 제조기업이 가업승계를 고려하는 즈음에 국내 사업장은 연구 개발 등 핵심역량을 강화하되 제조시설을 해외에서 외주화하는 경우 제조업을 유지하지 않은 것이 되어 가업승계 대상에서 제외된다. 대부분 기업의 구조적인 변화는 젊은 승계자가 주도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러한 승계부분에서 문제점이 생겨 변화를 손쉽게 가져가지 못하는 경우들이 발생하고 있다. 세법은 국내 제조시설 유지를 통한 고용 안정을 하기 위한 쪽으로 디자인됐을 것이다. 하지만 기존의 제조업체가 해외 제조사로 제조를 외주화 하더라도 국내 사업장에서 고부가가치를 가지는 연구 개발인력을 채용하는 등의 추가적인 요건을 보완해 기업의 지속 변화가 가능하게 도와주는 게 나을 것이다.
기업은 계속해서 변화하며 살아남아야 하는 존재이며 그 변화과정과 생존이 국민경제에 도움이 된다면 존속을 도와주는 게 합리적일 것이다. 세제혜택 또한 기업의 변화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쪽으로 개선돼야 할 것이다.
<더빅 세무회계자문 최정욱 공인회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