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S광장] 펫 관광산업 공들이는 지자체… ‘음지 동물’은 나 몰라라?

반려동물 친화도시를 자처하는 지자체가 늘어나고 있지만 지역 내 유기동물에도 관심을 쏟는 곳은 많지 않다. 게티이미지뱅크

 

 ‘반려동물 친화도시’가 넘쳐난다. 반려동물, 특히 반려견과 함께 여행을 즐기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이들을 유치하려는 지방자치단체가 늘어나면서부터다. 지난 7월 이후 반려동물 친화도시를 자처하거나 그렇게 되겠다는 표현이 들어간 보도자료를 낸 시·군 단위 지자체만 32곳이다.

 

 이쯤 되면 개나 소나 반려동물 친화도시다. 날선 표현의 이유는 반려동물 친화도시를 외치면서 정작 한 때 반려동물이었거나 미래의 반려동물이 될 수 있는 지역 내 유실·유기동물에게는 관심을 쏟지 않는 지자체들이 일부 보여서다. 무관심을 넘어 학대의 정황이 보이는 곳도 있다.

 

 A시가 대표적이다. 해당 지자체는 지난 7월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여행을 주제로 박람회를 열었다. 시장도 직접 행사에 참여했다. A시는 사흘간 열린 행사에 전국에서 2만 명 이상 방문객이 몰렸다고 자랑했다.

 

 문제는 A시가 올해부터 운영 중인 동물보호센터에서 관리 부실 및 학대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지난 3월 유기견으로 입소한 개가 아흐레 만에 살이 많이 빠지고 똥오줌이 범벅된 채로 동물보호단체에 발견돼 곧바로 동물병원에서 치료를 받았지만 이튿날 심폐정지 끝에 안락사된 사건이 있었다. 해당 단체는 구조견을 방치 및 학대해 죽게 만들었다며 관계자들을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이후 경찰은 보호센터의 관리소홀로 인해 강아지가 사망했다는 증거가 불충분하다며 불송치(혐의없음)를 결정하고 통지했다. 이에 단체는 고발인과 참고인의 대화 중 방치학대를 인정하는 동영상 증거자료를 수사에 반영하지 않은 점, CCTV를 통해 제대로 구조견을 보살피지 않은 점 등을 들어 수사심의를 신청한 상태다.

 

 지난달부터 A시청 앞에서 무기한 규탄 집회를 갖고 있는 단체 측은 “해당 보호소는 추운 겨울 보호동 견사 내 보호동물이 있음에도 청소를 한다며 물을 뿌리는 등 운영에 있어 문제점을 보였으며 기간제 근로자는 ‘개고기가 맛있다’라는 언행을 하기도 했다”며 “구조견 사망 사고 이후에도 센터 내에서 수일간 방치돼 위급한 상태에 처한 동물이 발견되는 등 관리 부실 문제가 반복적으로 제기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B시 사례도 있다. 고양이보호분양센터를 운영하는 해당 시는 최근 센터가 위치한 섬을 고양이섬이라 명명하며 지난달 축제도 여는 등 관광지로 홍보하고 있다. 하지만 해당 센터는 2023년 개소 이후 근로자 및 담당자의 전문성 부족 문제가 거듭 제기되는 곳이었다. 최근까지도 센터의 고양이가 죽거나 탈출하는 일이 반복되며 논란이 불거졌음에도 축제를 강행했다. 그나마 B시는 최근 문제점으로 제기된 부분들을 개선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다른 예시인 C군의 경우 올여름 반려견 해수욕장을 운영하며 관광객을 유치했지만 이후 지역에 위치한 번식장에서 학대받던 300마리 이상의 개를 동물보호단체가 구조한 일이 있었다. C군의 허가를 받은 해당 번식장의 개들은 분변과 구더기가 가득한 뜬장에서 상한 축산 폐기물로 배를 채우고 있었다.

 

 구조 단체 관계자는 “법률상 1년에 한 번은 지자체가 점검을 해야하지만 관리 상태를 보면 최소 수년은 점검이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구조된 개 중 100마리 이상은 강아지 성병이라고 불리는 인수공통감염병 브루셀라병에 감염된 상태였다. 단체는 번식장 업주, C군 군수, 축산과 공무원을 동물보호법 위반 등으로 고발했다.

 

 이들 사례와는 대조적으로 경북 경주시는 오는 6일 농림축산식품부와 손잡고 지역 유기동물 보호소의 유기견과 예비 반려인이 함께 여행을 즐기는 행사를 개최한다. 특별한 추억을 쌓은 예비 반려인은 해당 유기견을 가족으로 입양할 수 있다. 올해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반려동물 친화관광도시인 경주는 10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개최로 분주한 중에도 의미 있는 행사를 여는 것이다.

 

 반려동물 산업계에서 통용되는 말이 있다. 반려동물을 돈으로 보면 무조건 망한다는 얘기다. 살아있는 존재를 다루는 산업인 만큼 여타 산업과 달리 경제적으로만 접근해선 절대 성공할 수 없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 동물을 향한 애정과 진심이 기반 되어야 하는 산업군이다. 지역 내 유기동물에 냉담한 반려동물 친화도시는 존재할 수 없다.

 

 

박재림 기자 jam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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