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석 명절이니까 평소 보단 좀 낫겠죠”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 신청이 시작된 첫날인 지난 22일 오후 1시20분쯤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 추석 연휴가 열흘여가량 남은 시점이라 아직 대목 분위기가 무르익진 않은 모습이었지만 시장 초입부터 장을 보러온 시민들과 이색적인 경험을 하려는 외국인 관광객들로 북적였다. <관련기사 3∙4면>
시장 안 좁은 골목은 오가는 손님들로 뒤엉켰고 대부분의 먹거리 가게는 만석이었다. 유명 갈릭 베이커리와 꽈배기 점포 앞에는 대기 줄이 길게 이어졌다. 손님들에 둘러싸여 전을 부치던 한 가게 직원은 뜨거운 열기를 내뿜는 기름판 위에 올려진 빈대떡을 연신 뒤집느라 여념이 없었다.

추석상에 빠지지 않고 오르는 소고기와 각종 과일을 파는 상인들은 과거처럼 재래시장이 활성화되지는 않는다고 손사래를 치면서도 명절과 맞물린 이번 소비쿠폰 지급 효과에 대한 기대감은 감추지 않았다.
광장시장에서 아들과 함께 정육점을 운영하는 이영순(60대∙여)씨는 “이번에는 추석이 껴서 그런지 2차 쿠폰을 받으면 와서 결정하겠다는 단골들이 꽤 있다”고 내심 기대를 걸었다. 이미 선주문을 해놓고 쿠폰으로 후결제 하겠다는 고객들도 있다고 귀띔했다.
50년째 각종 과일을 파는 김윤홍(70대)씨도 “2차 때는 제수용 과일을 사러오는 손님들이 더 있을 것 같다”며 “워낙 (시장) 경기가 바닥을 치고 있었기 때문에 앞으로 점점 더 좋아지길 바란다”고 웃어보였다.
이번 2차 소비쿠폰은 1차 때와는 달리 소득과 재산 상위 10%는 제외된다.
한편, 지난 14일 자정 기준 신용·체크카드로 지급된 1차 소비쿠폰 6조177억원 가운데 88.1%인 5조2991억원이 시중에 풀렸다. 업종별로 보면 음식점이 40.3%로 가장 많았다. 이어 마트·식료품(15.9%), 편의점(9.5%), 병원·약국(9.1%), 학원(4.1%), 의류·잡화(3.6%) 등이 뒤를 이었다.
소비쿠폰 지급 이후 소상공인과 전통시장의 매출 증대, 소비 심리 개선 등 경제적 효과는 일부 지표로 확인되고 있다. 한국은행의 소비자심리지수는 지난달 111.4까지 올라 7년 7개월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소상공인연합회 등이 실시한 민생회복 소비쿠폰 효과성 실태조사에서도 응답자의 55.8%가 “쿠폰 지급 이후 매출이 늘었다”고 답했다.
반면, 일각에선 소비쿠폰 회의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단기적 효과만 가져올 뿐 근본적 대책은 안된다는 취지다. 오히려 물가 상승과 정부부채 증가를 부채질할 것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 이미 올해 1분기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은 47.2%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상태다. 다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소비쿠폰 지급 효과가 장기적 경기 회복으로 이어질 지를 놓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노성우 기자 sungcow@segye.com